긴축 장기화 여파로 주담대 금리 연내 8%대 돌파 가능성
대출 기간 내 부담 이자 큰 만큼 이자 절감 가능한 고정금리 선택 유리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 높아지는 추세···대출 기간 및 용도 등을 고려해 선택해야
내년 금리 상승 흐름 끝날 가능성 고려해 장기간 빌릴 때는 변동형이 나을 수 있어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들어 6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발(發) 긴축 장기화 여파로 금융채 등 시장금리가 들썩이면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고금리는 9개월 만에 다시 연 7%를 넘어선 상태다. 주담대 금리가 연내 8%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놓고 어떤 쪽을 선택할지에 대한 차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유리하지만 고금리 상황 속 기준금리는 멈춰 있고 장기적으로는 금리 상승 흐름이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와 유불리 판단이 복잡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연 4.54~7.134%로 집계됐다. 시중은행의 최고 금리 범위가 지난 4월 말 5.49~5.82%였던 점을 고려하면 금리 상단 기준 1%포인트 이상 오른 것이다. 고정형 금리의 최고 구간도 같은 기간 연 4.62~5.52%에서 6.584%로 1%포인트 이상 뛰었다.
주담대 금리가 오른 것은 은행권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정책 장기화에 대한 의지가 지속되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까지 크게 뛰고 있는데다 지난해 하반기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이후 고금리 예금의 대규모 만기가 다가오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채권 발행 금리를 높이거나 예·적금 금리를 높여 자금조달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 금리는 8월 말 4.301%에서 지난 18일 4.717%로 0.4%포인트 상승했고 신용대출 금리 산정에 영향을 주는 은행채 6개월물(무보증·AAA) 금리도 같은 기간 3.820%에서 4.034%로 올랐다. 변동금리와 연동된 신규 취급액 기준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도 3개월 만에 반등했다.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2%로 전월(3.66%)보다 0.16%포인트 올랐다. 올해 최고점이었던 1월 수준과 같다.
문제는 앞으로 은행채 발행이 더욱 확대되며 대출금리를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이 수신 금리 경쟁을 막기 위해 초우량물인 은행채 발행 한도를 풀었기 때문이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출 수요 성장으로 은행채 조달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7% 수준까지 오른 주담대 금리가 연말에는 8%에 육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담대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어떤 쪽을 선택해야 하는지 차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말까지 시장금리 상승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출 기간 내 부담해야 하는 이자가 변동금리가 큰 만큼 조금 더 이자 절감을 할 수 있는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은행권 주담대 가운데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8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에서 고정금리 비중은 평균 85%로 7월 말(81.3%)보다 3.7%포인트 상승했다. 4대 은행의 고정형 비중은 올해 초 83.6%에서 지난 4월 87.3%까지 상승했다가 지난 6월 79.3%로 줄어든 후 다시 반등했다. 지난 8월 말 기준 4대 은행 중 두 곳이 지난달 신규 주담대의 고정형 비중이 90%를 넘겼다.
금리가 낮은 고정형 주담대를 일단 선택한 뒤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될 때 '갈아타기'를 고려해 볼 만하다는 조언도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정책적으로 고정금리 대출을 장려해 은행권에서 고정금리를 낮게 책정하고 있다. 일단 고정형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5년 뒤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될 때 대출을 갈아타면 이자 부담을 최대한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당장 금리 수준보다는 차주의 대출 기간 및 용도, 향후 대출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해 고정 또는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업계에서는 연내 긴축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과 함께 이르면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주요 국가의 기준금리와 채권 금리가 하락 제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현재 고정형 대비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는 변동형 금리가 점차 낮아지면서 궁극적으로는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간 금리 역전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규 주담대를 받을 때 1, 2년 정도 단기라면 고정형이 유리하지만 장기간 빌릴 때는 변동형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