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할당 취소로 ‘네트워크 강국’으로서의 위상 저하
예산정책처 "장비 산업 발전 지연도 우려"

ICT 분야 기금 운용 규모 / 자료 = 국회예산정책처
ICT 분야 기금 운용 규모. / 자료 = 국회예산정책처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5G 주파수 28㎓ 대역을 포기함에 따라 내년 정보통신(ICT) 분야 기금 운용 규모가 올해 대비 4111억원(약 1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ICT 분야 기금의 주요 수입원인 ‘주파수 할당대가’가 전년 대비 50%가량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발간한 ‘5G 28㎓ 주파수 할당 취소 이슈 및 문제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말 주파수 할당 조건 미이행에 따른 제재로, KT와 LG유플러스의 5G 28㎓ 대역 주파수 할당 취소를 확정했다. 당시 SK텔레콤에 대해선 해당 대역 이용 기간을 6개월 단축하는 동시에 5개월의 조건부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그러나 회사가 지난 5월말까지 당초 할당 조건인 1만5000개국을 구축하지 못해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받게 되면서 통신3사의 28㎓ 주파수는 모두 할당 취소됐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5G 주파수 대역별 망 구축 실적 / 자료 = 국회예산정책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5G 주파수 대역별 망 구축 실적. / 자료 = 국회예산정책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정책처는 이같은 5G 주파수 28㎓ 대역 할당 취소가 ICT 분야 기금 축소 편성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ICT분야 기금은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정진기금)’으로 구성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두 기금은 내년 각각 전년 대비 15.4%와 11.7% 감소한 1조2527억원과 1억3797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미선 예산정책처 산업예산분석과 분석관은 “내년 주파수 할당대가 수입 계획안은 총 9152억원으로 올해 계획(1조7863억원) 대비 8711억원(48.8%) 감소한 데 기인한다”며 “주파수 할당대가 수입은 납부 방식의 특성으로 신규할당이 이루어지는 해와 그렇지 않은 해의 연도별 수입 변동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 주파수 할당대가 수입은 5G 주파수가 신규 할당된 2018년 1조7007억원을 기록한 반면, 2019~2020년은 각각 1조1291억원과 1조760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3G·LTE 주파수가 재할당된 2021년엔 1조8160억원이었지만, 지난해엔 1조120억원 규모로 줄었다.

이 분석관은 “과기정통부는 올해 28㎓ 대역 주파수 할당기간 종료 후 재할당을 계획했지만, 통신3사 모두 할당 취소 처분됨에 따라 재할당 계획이 무산되면서 계획 대비 수입이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주파수 할당 취소 후 과기정통부는 5G 28㎓ 대역 주파수 할당 계획을 공고하는 등 통신 신규사업자 유치에 나선 상황이다. 5G 28㎓ 대역 주파수 할당 신청은 다음달 20일부터 오는 12월 19일까지다. 다만 통신3사 외에 추가 신규사업자 참여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예산정책처는 5G 28㎓ 대역 주파수 할당 취소로 네트워크 강국으로서의 위상이 저하됐단 점도 지적했다.

실제 미국 컨설팅회사 키어니(Kearney)가 지난 6월 발표한 ‘국가별 5G 준비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 싱가포르, 핀란드, 일본, 노르웨이에 이은 6위 수준으로 조사됐다. 또 2019년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했지만, 통신3사의 28㎓ 구축 포기로 초고주파 대역 공급 완료 국가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예산정책처는 상용화 초기였던 5G 28㎓ 장비·단말 생태계가 오는 2025년 이후 성장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통신3사의 28㎓ 대역 포기는 고주파 대역 활용 서비스 및 장비 산업 발전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고속의 5G 서비스 제공을 위해 28㎓ 망 구축이 필요하단 다수 연구기관의 분석 의견을 참고할 때, 28㎓ 주파수 할당 취소는 우리나라에서 5G 고유의 특성을 활용하는데 한계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분석관은 “향후 6G 도입 시 초고주파수 대역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28㎓ 기술과 활용경험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6G 시대 준비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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