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티지랩, 국내외 제약사들과 오픈 이노베이션 확대
"개량 신약 위주의 파이프라인, 상업화 속도 올릴 것"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인벤티지랩이 당뇨·비만, 치매, 탈모, 동물의약품 등 제약바이오 업계 유망 분야 파이프라인 개발에 나서며 주목받고 있다. 해당 파이프라인들이 모두 개량 신약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인벤티지랩은 국내외 기업들과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상업화 속도를 올려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다만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에선 본임상(1상) 궤도에 진입한 약물이 없는 상황이다. 내년경 임상 1상 진행을 계획 중이다.

2015년 설립된 인벤티지랩은 미세유체역학 기술을 사용해 DDS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보유 중인 핵심 플랫폼은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VL-DrugFluidic’과 mRNA 백신·유전자 치료제 제조 플랫폼 ‘IVL-GeneFluidic’이 있다. IVL-DrugFluidic은 매일 경구나 주사로 투여하는 약물을 대체할 수 있는 제형으로 1회 투여 시 1~6개월간 약효가 유지되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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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티지랩 주요 파이프라인./ 표=정승아 디자이너

인벤티지랩은 총 18개의 개량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대다수가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 중이다. 개량 신약이란 이미 허가된 의약품보다 안전성이나 유효성, 복약순응도 등이 나아졌다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인정한 의약품이다. 신약을 기반으로 제형을 변경하거나 약효를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량한 약을 뜻한다. 신약 개발보다 개발 비용과 시간은 적게 들고,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장점이 있다.

인벤티지랩은 조인트 디벨롭먼트 사업의 일환으로 타 기업들과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초기 임상 단계에서의 기술이전을 수익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핵심 파이프라인이 개량 신약 위주로 구성된 이유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VL-DrugFluidic을 응용해 개발 시너지를 내겠다는 판단에서다.

가장 상업화가 가까운 파이프라인은 대웅제약, 위더스제약과 협력 중인 남성형 탈모 치료제 ‘IVL3001’(1개월), ‘IVL3002’(3개월)다. 한 달에 1번 투여하는 VL3001은 국내 3상을 앞두고 있다. IVL3002는 3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방식으로, 호주 1·2상을 준비하고 있다. 사업화 파트너로 대웅제약이 판매를 맡고 위더스제약이 생산을 담당할 전망이다.

당뇨·비만 치료제로는 ‘IVL3005’(2개월)와 ‘IVL3021’(1개월)을 개발 중이다. 두 파이프라인은 주 1회 제형인 노보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보다 약효가 오래 유지돼, 기술이전이 가장 유력한 파이프라인으로 지목된다. 당뇨·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는 만큼, 업계는 기술이전 시점과 규모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치매 치료제 ‘IVL3003’(1개월)은 호주에서 임상 1·2상 진행 중이다.

인벤티지랩 관계자는 “당뇨·비만 적응증의 치료제는 비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쯤 유효·독성 관련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며 “국내 제약 기업과 기술이전 관련 논의가 진행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벤티지랩은 2021년 동물용의약품 파이프라인 중 심장사상충 예방 개량 신약인 ‘IVL2001(3개월)’을 국내 출시한 바 있다. 올 상반기엔 반려동물의 영구적 중성화 외과적 수술을 대체할 수 있는 데슬로렐린(Deslorelin) 기술 관련 특허 3건을 해외 3개국(일본, 호주, 남아프리카)에 등록하기도 했다. 해당 특허를 이용한 파이프라인엔 화학적 거세제 ‘IVL-2005’(12개월)와 ‘IVL-2006’(3개월)이 있다.

장기지속형 신약으로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IVL4001’과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IVL4002’를 개발 중이다. 두 파이프라인은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약물재창출이란 이미 다른 질병 치료에 쓰이고 있거나 개발 중인 약물의 용도를 바꿔 새로운 질병 치료제로 가능성을 확인하는 전략이다.

인벤티지랩 관계자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IVL4001와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IVL4002은 내년 호주 임상 1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중 IVL4002는 식약처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아, 임상 2상 이후 조건부 허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인벤티지랩에 따르면 설립 이후부터 만성질환 분야 개량 신약 개발을 준비해왔다. 특히 평생 약 복용이 필요한 적응증 위주로 시장성을 고민해 탈모, 치매, 약물중독, 당뇨·비만 순으로 개발이 시작됐다.

인벤티지랩 측은 “펩타이드 기반 파이프라인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GLP-1 계열 당뇨·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동물의약품은 인체의약품보다 비교적 빨리 상업화할 수 있다”며 “파이프라인들의 전임상 연구가 동물실험 베이스로 진행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물의약품 개발로 이어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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