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악화 예견된 일···산은, 별다른 조치 없었어
시장에 내놓고 자본확충···"성급한 매각 추진" 비판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 사진=산업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이번에도 KDB생명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산업은행이 매각을 성급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자본건전성 수준이 낮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매각 결정을 하고 나서야 자본확충을 연이어 하는 등 준비가 제대로 안됐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매각 철회 의사를 산업은행에 전달했다. 지난 7월 하나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3개월 만에 매각 절차가 중단된 것이다. 하나금융은 KDB생명 인수가 그룹 보험업 강화 전략과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KDB생명 매각이 또 다시 실패하자 향후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란 반응도 나온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당시 칸서스자산운용과 공동으로 사모펀드를 설립해 KDB생명을 인수했다. 이후 산업은행은 KDB생명 새주인 찾기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20년 6월엔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2021년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지만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요건을 갖추지 못해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이번 매각 불발로 산업은행 ‘책임론’이 불거진다. KDB생명 자체가 팔기 어려운 상태였는데도 무리하게 매각을 추진을 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사모펀드가 아닌 금융지주에 넘기려 했다면 최소한 법적 기준선보다 높은 자본건전성 수준은 만들어 놓고 시장에 내놓았어야 했다는 설명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새 지급여력비율(K-ICS·킥스)는 법적 기준치 100%에 한참 못 미치는 67.53%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이번에 인수 계획을 철회한 이유는 결국 자금 부담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하나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당시 업계에선 하나금융이 최대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나금융이 세 달 가까운 기간 동안 실사를 진행해본 이후에도 KDB생명을 인수해 누리를 수 있는 효과에 비해서 자금 부담이 너무 크단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KDB생명의 자본건전성 문제는 올해 새 제도가 적용되기 전부터 계속 지적돼 왔던 사안이다. 국제회계기준(IFRS17)이 적용되면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야 하며, 이에 맞춰 도입되는 킥스는 새롭게 측정되는 위험 항목이 있기에 자본건전성 수준이 크게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던 것이다. 더구나 총 5000억원에 가까운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의 중도상환권 행사일도 돌아오는 것도 큰 문제였다. 금융당국도 우려의 시각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자금을 투입하지 않았다. 그러다 산업은행이 올해 대우조선해양, HMM 등 구조조정을 맡고 있던 기업들을 처분하기로 결정하면서 부랴부랴 KDB생명에 자금을 투입했다. KDB생명이 발행한 216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전액 인수하는가 하면,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대한 보증까지 서줬다.  

특히 올해 단행한 유상증자는 최소한 작년에 이뤄졌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하나금융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후인 지난 8월 KDB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최근엔 다시 3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겠는 계획도 내놨다. 추가 증자도 이뤄졌다면 총 45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될 수 있었던 것이다.  

매각 시기 자체도 적절치 못했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금융사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여건에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로 크게 얼어붙은 채권시장이 올해도 회복하지 못했다. 자본확충을 위해 대규모 자본성증권을 발행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도 매각을 결정하고 자금을 조달하려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매각 실패로 인해 KDB생명은 부실 매물이라는 인상이 더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안그래도 생명보험업의 전망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KDB생명이 향후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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