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다음달 인사 전망···부진한 성적에 고강도 인적쇄신 가능성도
롯데쇼핑 매출 2017년 17조원서 지난해 15조원으로 줄어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롯데가 다음달 인사를 앞둔 가운데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주목받고 있다. 한때 유통 절대강자로 꼽히던 롯데는 온라인으로 바뀐 시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유통 1번지'의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유통을 살릴 구원투수로 신 상무가 등판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다음달 인사를 발표할 전망이다. 롯데는 매해 11월 넷째 주 그룹 인사를 발표해왔다. 하지만 경쟁사인 신세계의 인사가 여느 때보다 이른 9월에 진행된 만큼, 롯데도 예년보다 빠르게 인사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롯데가 고강도 인적쇄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는 실적이 악화되며 13년 만에 재계순위가 5위에서 6위로 떨어지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롯데 전체 매출의 25%가량을 차지하는 유통 부문의 실적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 유통부문은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계속해서 실적이 감소했다. 2017년 롯데쇼핑의 매출은 17조9260억원으로 18조원에 가까웠지만 지난해에는 15조4760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도 2017년 8010억원에서 지난해 3862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올해 2분기 롯데쇼핑의 실적도 부진했다. 올 2분기 롯데쇼핑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2% 줄어든 3조622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8% 감소한 515억원이다.
롯데 유통부문의 실적 부진은 백화점, 마트, 이커머스 등의 유통 전반에서 경쟁력이 낮아진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롯데백화점은 매출 1위 점포를 신세계에 내줬고, 롯데마트와 슈퍼, 롯데온 등은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롯데백화점은 '매출 1위 백화점' 타이틀을 뺏긴 지 오래다. 지난 2015년까지만 해도 롯데백화점 본점이 전국 백화점 중 매출 1위였으나, 지난 2016년 신세계 강남점이 이를 제쳤다. 이후 지금까지 롯데백화점은 매출 1위 백화점 타이틀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실적도 만족스럽지 않다.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올 2분기 롯데쇼핑 백화점 사업부 매출은 822억원으로 전년 대비 0.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6억원으로 36.9% 줄었다.
마트 사업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넘어가며 대형마트 매출이 전반적으로 줄었다. 그중에서도 롯데마트의 매출은 다른 대형마트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 롯데마트의 매출은 2012년 8조9546억원에서 지난해 5조9040억원으로 3조원 이상 줄었다. 같은 기간 이마트의 매출은 12조4153억원에서 10조9390억원으로 1조5000억원가량 감소했다.
이커머스 롯데온의 경쟁력도 높지 않다. 롯데온은 지난 2020년 롯데 계열사 7개의 쇼핑몰을 통합해 출범했다. 하지만 서비스 론칭 첫날부터 서버 접속 장애 등의 문제로 잡음이 일었고, 이후로도 업계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SSG닷컴, 지마켓 등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
이같은 상황에 올해 인사에서 롯데 계열사 대표들이 대거 교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내년 3월 임기 만료 예정인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부회장),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 나영호 롯데온 대표 등의 거취가 주목받고 있다.
이와 함께 롯데 3세인 신 상무가 유통을 살릴 구원투수로 등판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 상무는 올해 언론에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사장단회의(VCM)에 참석했고, 유통 관련 행사에도 나타났다. 특히 신 상무는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하노이 개장 행사에 동행해 화제가 됐다.
유통과 관련 있는 베트남 롯데몰 오픈 행사에 신 상무가 등장함에 따라, 업계에서는 신 상무가 곧 유통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당시 행사에서 신 회장은 기자들에게 "아들이 여러가지를 공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 상무의 유통 참여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 상무가 승계에 있어 아버지인 신 회장과 같은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보탠다. 신 회장은 1990년 현재 롯데케미칼인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입사한 뒤, 1994년 코리아세븐 전무를 거쳐 그룹 1997년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한 바 있다. 현재 신 상무는 롯데케미칼 소속 상무로 일본 동경지사에서 근무하며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다만 당장 내년에 유통군을 담당하기는 다소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신 상무가 국내에 얼굴을 드러낸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 상무가 임원이 된 것도 비교적 최근 일이다. 신 상무는 2020년 일본 롯데에 부장으로 입사해 2022년 5월 롯데케미칼 일본 상무보로 자리를 옮기며 처음으로 임원 배지를 달았다. 이후 7개월여 뒤 상무로 승진했다.
현재 실적이 좋지 않은 유통 사업을 맡았다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후계자 이미지에도 손상이 갈 수 있다는 리스크도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정기인사 시기와 신 상무의 유통 참여 여부에 대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