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3.5% 유지···6회 연속 동결
“주요국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및 지정학적 리스크로 성장 불확실성 높아져”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 예상보다 완만해질 전망”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6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단행했다. 국내 경기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중동 분쟁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을 고려해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는 등 금리 인상 요인이 남아 있는 만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매파적 동결’로 긴축 기조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한은 금통위는 19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는 가운데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아진 상황”이라며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과 4월, 5월, 7월, 8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 연속 동결한 데 이어 이번까지 6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기준금리 동결이 여섯 차례 연속으로 이뤄진 것은 2021년 8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의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은 소비 회복세 둔화와 수출 부진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대외 불확실성이 증대된 점도 금리 동결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국채금리가 큰 폭 상승하고 미 달러화가 상당폭 강세를 나타내는 등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금통위는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은 국제유가 움직임 및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둔화 흐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및 파급효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전개 양상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내경제에 대해서는 소비 회복세가 다소 더딘 모습이지만 수출 부진이 완화되면서 성장세가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통위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 부진 완화로 성장세가 점차 개선되면서 금년 성장률도 지난 8월 전망치(1.4%)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다만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향후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는 에너지 및 농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9월 중 상승률이 3.7%로 전월(3.4%) 대비 상승 폭이 커졌다. 그러나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과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율은 모두 9월 중 3.3%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금통위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말에는 3%대 초반으로 낮아지고 내년에도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도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원물가도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으나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의 파급영향 지속 등으로 둔화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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