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DGB 장점 발휘하면 성공”
“대규모 PF 충당금 적립, ‘ALL바른’ 가치 따른 것”
“격화되는 기업대출 경쟁···'관계형 금융’으로 돌파”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천병규 DGB금융지주 그룹경영전략총괄 전무는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드물게 외부 출신으로 금융그룹 전체의 경영 전략·재무를 책임지고 있다. 업계에서 손에 꼽히는 금융 전문가인 그를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알아보고 중책을 맡긴 것이다.
DGB금융은 최근 전국구 은행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그룹의 명운이 달린 사업인 만큼 천 전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그는 DGB금융의 장점을 극대화하면 시중은행 전환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과보단 과정의 정당성을 중시하고 작고 빠른 조직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면 금융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설명이다.
-업계에서 자본시장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있다면.
학부 때 수강했던 투자론 수업이 가장 큰 계기였다. 당시 교수님은 미국 UCLA 대학에서 막 학위를 마치고 오신 분이었는데, 기존의 재무관리 이론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을 가르쳐주셨다. 투자·재무 분야에 큰 흥미를 느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는 곳이 증권사라고 생각하고 입사를 준비했다. 그 결과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에 들어가면서 금융 경력을 시작했다.
-특히 채권운용 분야에서 활약했다. 채권 운용을 잘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 있다면.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기 보단 일에 대한 열정이나 관심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부터 채권 운용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금융 파생시장, 주가지수 선물 등이 이제 막 도입되면서 자연스럽게 파생상품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공부를 하다 보니 파생상품의 기본은 이자율이란 것을 알았다. 증권사에서 이자율과 가장 직접적인 일을 하는 곳은 채권 트레이딩 부문이다. 이에 채권 트레이더 길을 걷게 됐다.
20년 넘게 채권 운용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이 일은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 상황을 모두 체크해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채권 운용일 자체를 좋아하고 사랑해야 이 일을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고정금리 현금 흐름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현재 상황을 바탕으로 미래를 상상해 채권 투자에 따른 현금흐름을 최대한 정확하게 예측해야 한다.
-KB·우리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 등 세 곳의 금융그룹의 계열사를 모두 경험했다. DGB금융이 KB·우리금융과 비교해 확실한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대부분의 금융지주들은 단기적 성과를 올리는 데 집중하는 편이다. 하지만 DGB의 그룹 캐치 프레이즈가 ‘올(ALL)바른’이다.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집무실에는 이 캐치 프레이즈가 적힌 큰 깃발이 있다. 그만큼 DGB는 이익을 내는 과정이 정당한지를 주의 깊게 살핀다. 아무리 이익을 많이 냈다고 하더라도 질책을 받을 수 있는 곳이 DGB이다. 비록 대형 금융지주와 비교해서 이익 규모는 작지만 ‘ALL바름’의 가치를 지켜나가고 있다는 점이 DGB금융의 강점이라고 본다.
이와 함께 DGB금융은 대형 금융지주들보다 규모가 작다. 이 점이 요즘처럼 환경이 급격히 변화할 때는 장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금융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환경에서 과거 금융사들이 벌였던 덩치 싸움은 유효 기간이 지났다고 본다. 앞으로 금융사들은 디지털 기술 혁신에 기반해 ‘효율성 경쟁’을 벌일 것이다. DGB금융은 지점, 출장소 등 물적 자산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고정비용이 적은 편이다. 이는 효율성을 높이는데 있어 우위에 설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몸집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 이것이 DGB의 또 다른 강점이라고 본다.
-현재 DGB금융지주란 종합금융그룹의 전체경영전략 및 재무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DGB금융은 지난해 순익이 줄었지만 올해 상반기 다시 늘었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순익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실적 반전의 핵심 이유가 무엇일지.
DGB금융은 그간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사실상 2021년부터 사업을 제대로 시작한 셈이다. 2021년엔 사업이 다 잘 됐다. 하지만 지난해엔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해 약 1200억원의 대규모 충당금을 미리 적립한 결과 실적이 줄었다.
그런데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일도 ‘ALL바른’ 가치를 지키기 위한 작업이었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최고경영자(CEO) 평가가 있다 보니 대규모 충당금을 한 번에 쌓는 것을 두려워한다. 실제로 여의도에 있는 증권사들은 대부분 PF 충당금 적립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DGB는 향후 PF 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는 판단 아래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작년에 이런 결정이 있었기에 올해는 충당금 부담이 줄어들었다. 그 결과 실적도 다시 늘어날 수 있었다. 주식시장에서도 DGB금융의 결단을 인정해주고 올해 실적 전망을 좋게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시장에선 DGB금융은 주가 부양을 더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선 경기침체와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금융지주들이 적극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시행하는 것에 여전히 부정적인 분위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DGB금융의 주가 부양을 위한 묘책이 있다면.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다(웃음). 금융그룹과 관계 맺고 있는 이들은 주식 투자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객, 임직원, 금융당국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다. 경영진들이 주가 부양만 드라이브를 걸 수 없는 환경이다. 이러다보니 금융지주들은 주식시장에서 일반 기업들과 비교해서 저평가되는 측면이 있다. 더구나 건전성을 고려하다보면 배당정책을 펼치는데도 한계가 있다.
아직까지 투자자들이 DGB가 사업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2021년부터 종합금융그룹으로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했기에 투자자들에게 설명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기업설명회(IR)를 통해 DGB의 중기적인 사업 계획이나 방향을 설명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내부적으로 판단했을 때 늦어도 2024년 혹은 2025년이 되면 DGB금융이 그리고 있는 구체적인 모양이 완성될 것 같다. 이 때 주주들이 DGB를 다시 한 번 평가할 기회가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자연적으로 주가도 지금보다는 더 높은 평가를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비은행 계열사 추가 인수합병(M&A) 계획은 없는지. DGB금융이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균형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지만, 손해보험사는 아직 없다.
DGB금융은 현재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실제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간판을 달게 되면 당분간은 이제 은행의 효율성을 좀 더 높이기 위해 그룹의 자원이 집중될 것 같다. 그러다보면 비은행 M&A는 그룹 경영 우선순위에서 다소 조정될 것 같다.
DGB금융의 현재 비은행 계열사들은 효율성을 조금만 더 높이면 M&A 없이도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DGB생명의 올해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도 지난 5~6년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뼈를 깎는 사업 구조 변화를 통해서 가능했다. 2021년까지는 DGB란 집의 뼈대를 마련했다면 이제는 집을 예쁘게 지어가는 과정이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고 비은행 계열사의 효율성이 올라가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DGB금융 계열사 가운데 최근 가장 집중하고 있는 곳은 대구은행인가.
시중은행 전환 문제가 그룹 전체의 핵심 사안이다. 대구은행은 최초의 지방은행이다. 1997년 외환위기 속에서도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정부의 공적자금을 한 번도 받지 않은 곳으로 알고 있다. 당시 대구은행도 경영 상황이 악화되다보니 주당 5000원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그런데 그때 대구은행의 주가는 크게 하락해 1000원대를 기록했다. 거의 5배의 가격으로 주식을 발행했는데도 대구지역 상공인들과 주민들이 다 사줬다. 그래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다.
이렇게 잘 성장해온 대구은행을 전국구 은행으로 도약하도록 하는 것. 이것이 대구은행을 위기 속에서도 지켜온 지역 주민들에게도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ALL바른’ 가치를 가진 작고 빠른 조직이란 DGB금융의 장점을 극대화한다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시중은행 전환 이후에 시행할 구체적인 전략을 이미 다 마련했지만 아직 금융당국에 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은 상태라 공개하기 어렵다. DGB금융의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식이 될 것이다.
-그런데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기엔 자본 여력이 다소 부족한 것 같다. 시중은행 전환의 목적 중 하나는 영업지역 확장을 통한 대출자산 규모 확대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여력이 더 필요해 보인다. 자본여력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 있다면.
대구은행의 대출상품 포트폴리오의 변화를 꿰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지역 중소기업들에 자금을 많이 공급한 결과 전체 대출자산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0~70%로 높다. 이러다보니 대구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큰 편이다.
이에 향후 대구은행은 2~3년 간 가계대출을 늘려 나갈 것이다. 가계·기업대출의 비중이 50대50으로 맞출 것이다. 가계대출 비중이 커지면 위험가중자산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대출자산을 많이 늘릴 자본여력도 생기는 것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명가 재건’이란 슬로건을 걸고 적극적으로 기업대출을 확보하려고 한다. 대구은행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최근 시중은행이 대기업 대출을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경쟁에 대구은행이 직접 참여해서는 별다른 차별성을 가질 수 없다고 본다. 대구은행이 지난 50년 동안 펼쳤던 가장 좋은 전략은 ‘관계형 금융’이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 또는 이제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들의 사업성을 평가해서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대기업은 재무제표만 보고서 대출을 내줄지 여부를 상대적으로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기업과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업과의 관계를 만드는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대구은행의 PRM(기업영업 전문역)들이 맡는다.
단순히 금리를 낮게 설정해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은 오래가지 못한다. 대구은행은 기업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한다. 특히 중견·중소기업들은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견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하면 해외 점포 관리나 외환 관리에 굉장한 어려움을 느낀다. 이런 부분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해주면 같이 성장하는 모델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천병규 DGB금융그룹 경영전략총괄 프로필
1967년 3월 20일 출생
1985년 부산대학교 사범대학교 부속고등학교 졸업
1989년 부산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2010년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경제학 석사
2015년 Hong Kong Polytechnic University 경영학 박사
2000년 KB자산운용 채권운용팀장
2007년 우리CS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
2010년 NH투자증권 홍콩법인 Head of Global Trading Center
2016년 DGB생명 자산운용부장/실장
2020년 DGB생명 재무본부장(상무)
2023년 DGB금융지주 그룹경영전략총괄(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