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대출 확대 따른 연체율 증가···건전성 '빨간불'
7개월 새 저신용기업 연체 규모 7배 증가···리스크 관리 대책 무색
고금리 상황 지속 및 경기 전망 밝지 않아 부실 위험 현재보다 더 확대 전망
여신 단계별로 건전성 관리 지속 예정··· 부실여신 외부 매각 확대해 NPL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

IBK기업은행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IBK기업은행이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연체율이 덩달아 증가하면서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저신용등급 기업 대출이 늘어나면서 연체율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를 놓고 그 동안 추진한 리스크 관리 대책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데다 향후에도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에서 IBK기업은행 기업대출 부실 위험이 현재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이 지난 7월 말 기준 CCC+등급 이하 기업대출 연체 규모는 1조56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7400억원에서 무려 111.79%(8272억원) 증가한 규모다. 7개월 새 연체 규모가 2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CCC 등급은 국제신용평가사 S&P 기준으로 투자 부적격을 뜻하는 정크 등급 중에서도 극심한 투기 등급에 속한다. 보통 디폴트 가능성이 50%를 넘는 좀비기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기업대출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NPL)도 지난해 말 0.96%에서 올해 7월 말 1.16%로 증가했다. 금융기관 여신은 자산건전성분류기준(FLC)의 건전성 정도에 따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된다. 이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합계를 고정이하여신(NPL)으로 취급한다. 사실상 부실채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로 '부실대출'을 의미한다. NPL 비율은 금융기관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로 판단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이 0.3%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할 때 IBK기업은행의 부실채권 부담은 상당히 큰 수준이다.

그럼에도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높은 신용위험과 약한 담보력 등으로 여건이 불리한 중소기업들을 위해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30조18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16조5113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보다는 4.3%(9조4655억원) 늘었다. 사상 최대 중소기업 대출 잔액 규모를 경신하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의 금융 안전판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본연의 역할과 별개로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 규모에 비례해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IBK기업은행의 내부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지난 8월 발간한 IBK기업은행이 발간한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핵심 목표는 리스크 관리다. 당시 IBK기업은행은 리스크 관리 거버넌스를 통해 리스크 관리 체계를 상세하게 밝혔다. 특히 지난해 보고서에서는 나와 있지 않은 '위험관리책임자'를 리스크 관리 체계에 공개했다. 위험관리책임자는 리스크관리그룹에서 논의한 현안을 리스크관리협의회에서 1차로 심의한다. 이후 이사회 내 소위원회 중 하나인 리스크관리위원회에 협의회에서 논의한 안건을 부의한다. 이사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는 리스크 관리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현업 부서로 내려보낸다.

리스크관리위원회와 리스크관리협의회의 역할 분담도 정확하게 명시해뒀다. 먼저 리스크관리위원회는 경영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확실성 및 손실 발생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관리한다. 자본 적정성 유지를 위한 리스크 한도를 설정하거나 배분한다.

하지만 이 같은 리스크 관리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 달 만에 부실 위험이 더 커졌다는 지적이다. 그 동안 주력해온 차별화된 건전성 관리가 무색해졌다는 평가와 함께 고금리 여파와 경기 불황 전망을 감안하면 부실 위험이 현재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시장에서 등급을 받을 수조차 없는 중소기업들은 은행의 대출로 연명하고 있다"며 "자금난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저신용기업에 대한 대출 증가세는 가파라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은 올해 들어 기업의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대출을 보수적으로 내주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저신용 기업에 대한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과 비교해 6개월 만에 0.15% 감소했다. 

이에 IBK기업은행 관계자는 "부실이 우려되는 취약부문을 선제적으로 선별·점검하고 기업구조조정을 확대 검토 하는 등 여신 단계별로 건전성 관리를 지속할 예정이다"며 "신용보강을 위해 보증기관과의 연계 지원을 확대하고 필요시 NPL 감축을 위해 부실여신 외부 매각을 확대해 고정이하여신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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