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부서 만들고 부서장에 외부 출신 전문가 임명
윤종규 회장 "해외서 좋은 투자처 발굴해야"
양종희 내정자도 외부전문가 적극 영입할듯

서울 여의도 KB금융지주 신사옥 전경 / 사진=KB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금융지주가 글로벌 자본시장 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자본시장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신설 부서에 외부 전문가를 책임자로 앉히며 ‘능력주의’ 인사 원칙도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최근 지주 자본시장부문 내 글로벌고객기획부를 신설하고 부서장에 KB증권의 김신 글로벌세일즈총괄담당 전무를 임명했다. 임기는 12월 31일까지 3개월이다. 연말 인사 및 조직개편이 진행되기 전까지 부서장을 맡긴 것이다. 동시에 김 전무는 은행 세일즈총괄 전무로도 임명됐다. 임기는 동일하게 3개월이다.    

업계에서는 연말 조직개편까지 기간이 남은 만큼 글로벌고객기획부의 신설 이외에도 추가로 조직 개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KB금융 관계자는 “글로벌 자본시장 조직에 대한 개편은 아직 진행 중인 단계로 일단 김 전무에게 관련 부서를 맡겼다”라며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이 완료되면 구체적인 모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KB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계열사 협업체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주에 이어 국민은행에도 세일즈총괄 자리를 만들어 김 전무를 책임자로 임명한 것은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김 전무는 KB증권에서 글로벌시장 전반에 투자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국내 헤지펀드를 대상으로 해외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일에 집중한다. 

물론 김 전무에게 주어진 임기는 3개월이다. 하지만 지주에서 새로 만들어진 부서의 수장으로 낙점됐다는 것은 연말 인사에서 추가 임기를 부여받고 향후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조직개편도 다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새로운 부서에 김 전무를 임명했다는 것은 연말 인사 및 조직개편까지 남은 기간 조직 구성을 김 전무에게 맡긴 것이라고도 해석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김 전무는 28년 동안 IB 업계에 몸담은 외부 출신 전문가다. 지난 2004년 HSBC증권 서울지점장을 맡았다. 당시 HSBC증권은 글로벌 전역의 주요 지점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혹독한 시기 HSBC증권의 서울지점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홍콩 헤지펀드를 설립해 주식·채권에 장기투자하는 펀드매니저로 일하다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국제영업본부 본부장으로 임명돼 8년간 글로벌 업무를 맡았다. 2020년 초에 KB증권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외 자본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것은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퇴임 전 마지막 당부이기도 하다. 윤 회장은 지난달 퇴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KB금융이 국내에선 1등 금융그룹이지만 글로벌 순위는 60위에 머문 점을 아쉬워하며 글로벌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KB금융은 해외 자산운용에 대해서 대해서 대폭 저희의 인력을 강화하고 역량을 계속 확충하고 있다”라며 “해외에서 좋은 투자처를 발굴해서 고객에게 소개해 드리는 역할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이번 인사가 외부 전문가를 중용했던 KB의 인사스타일이 양종희 차기 회장 내정자의 취임 이후에도 이어질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회장은 임기 막바지 은행권의 보수적인 기조를 깨고 외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등용했다. 지난 2022년 초에 KB의 핵심 자리로 평가받는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에 외부 출신인 서영호 KB금융 부사장(당시 전무)을 임명해 업계의 이목을 끈 바 있다. 디지털 부문에서도 조영서 디지털플랫폼총괄, 윤진수 IT총괄을 포함해 5명의 외부 인사를 영입했다. 

그룹 부회장으로서 윤 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양 내정자도 윤 회장의 인사 철학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국민은행을 비롯해 국내 대형은행 출신 가운데 글로벌 자본시장 전문가는 상대적으로 드물기에 외부 영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윤 회장의 임기에 이뤄졌지만 양 내정자와 논의한 결정일 가능성이 크다”라면서 “양 내정자는 윤 회장과 일해 온 기간이 긴 만큼 인사 스타일과 경영 방향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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