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T, 연구용역비 각 48.5억·43억 지원
윤영찬 의원 “KISDI 독립성 저해 우려”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정보통신 규제안을 연구하는 정부연구기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 10년간 통신 3사 및 계열사로부터 약 155억원의 연구용역 비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전체 민간연구 용역비의 86%에 달하는 금액으로, KT가 가장 많은 연구비인 48억5000만원을 냈다. SK텔레콤도 43억원가량을 연구비로 냈다. KISDI가 대부분의 민간 연구용역을 통신사로부터 수탁받은 것은 KISDI 정책연구의 신뢰성을 해치는 부적절한 관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KISDI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선 KISDI의 수익 구조가 개선돼야 한단 주장도 나온다.
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ISDI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10년 KISDI 정부수탁 및 민간수탁 연구과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통신3사 및 계열사가 ‘연구비’ 명목으로 KISDI에 154억79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액수는 KISDI 전체 민간연구 용역비의 86%에 달하는 금액이다.
KISDI에 가장 많은 연구비를 지출한 통신사는 KT로, 10년 동안 48억5000만원을 지급했으며, SK텔레콤도 43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용역은 ‘개별 용역’과 ‘공동 용역’으로 나뉜다. 공동 용역은 복수의 통신사 및 통신업계가 망 접속료 대가 산정 등을 위해 정부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연구용역이란 점에서 KISDI의 연구 수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각사가 수탁하는 개별 용역만 연평균 4억원 이상인 것은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단 게 윤 의원의 지적이다.
KISDI의 주요업무는 통신서비스 부문 경쟁 도입, 불공정행위 규제 및 사후규제체계, 방송·통신서비스 시장의 규제 제도별 개선방안, 통신서비스 시장의 경쟁상황 평가 등에 대한 연구이며 연구결과는 통신사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윤 의원은 “통신사에 대한 규제를 연구하는 기관이 통신사로부터 지속적으로 연구자금을 받아왔단 사실은 기관의 신뢰성을 저해하며 ‘통신사가 규제 관련 연구에 유리한 결론을 얻기 위한 ‘보험’으로 형식적 용역을 맡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또한 통신사와 KISDI가 체결한 연구계약들은 비슷한 규모와 금액으로 주기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지난 2013년과 2014년 각각 6억원, 2015~2018년 4년간 5억5000만원, 이후 2019년 5억원, 2020년과 2021년 각각 4억7500만원을 지급했다. SK텔레콤도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 4억원을 지급했다. 연구의 필요성 때문이 아니라, 미리 정해진 금액에 따라 용역을 발주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란 지적이다.
윤 의원은 “일정한 규모의 연구용역이 매년 규칙적으로 진행된 것은 통신 3사가 KISDI에 정기 후원하는 모습으로 보인다”며 “이런 식의 연구용역은 국가 정보통신정책 수립을 위해 독립된 연구기관으로 존재해야 하는 KISDI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통신사와의 유착까지 의심해 볼 수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KISDI의 수익 중 통신3사 연구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경으로 불안전한 KISDI의 재정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KDI나 조세연구원 등 다른 연구기관은 나름의 수익사업들이 있지만, KIDSI는 펀드 운영 수익률과 사업자 과제 등으로 운영된다”며 “KISDI의 재정 구조가 좋지 않은 상황이 원인”이라고 했다.
윤 의원도 “KISDI가 기업이나 특정 세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익을 위한 국가 정책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수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