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열어둔 ‘매파적 동결’ 예상
美 연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 열어둬···기준금리 인상 압력 잔존
이·팔 전쟁으로 불확실성 확대···“금리 동결로 상황 지켜볼 듯”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전경/사진=한국은행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전경/사진=한국은행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올해 들어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한국은행이 다음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간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를 지켜보면서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으로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오는 19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 8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바 있다. 지난 2월과 4월, 5월, 7월에 걸쳐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동결한 데 이어 8월까지 5회 연속 금리 동결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이달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다만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매파적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발(發)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라 금융시장 불안이 높아진 만큼 추가 긴축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금리 동결기를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여전히 대외통화정책 불확실성과 가계부채 증가세라는 요인이 남아있는 만큼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통위는 그간 5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 8월 이창용 한은 금통위는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와중에도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는 미국의 긴축 기조 장기화 전망이 국내 기준금리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실제로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연준이 공개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 참석 위원은 기준금리를 1회 추가 인상하는 게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역시 지난달 FOMC 정례회의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하락해 정책 목표 수준으로 안정화됐다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20~5.50%로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는 최대 2.00%포인트다. 지난 5월 초 미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격차가 처음으로 1.75%포인트로 벌어진 이후 7월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면서 한미 금리 격차는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됐다. 금리 차가 벌어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미국의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

다만 한미 금리 역전 심화에도 한은이 금리 인상에 섣불리 나설 수 없는 이유는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작용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다. 중동 분쟁 격화 이후 미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도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적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금주에 이어진 연준위원들의 발언을 살펴보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진 이후에는 금리 동결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짙어졌다”며 “통화 긴축 이후 물가와 실물 지표에서 점진적이지만 그 효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높아질 경우 연준의 통화정책 경로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의 긴축 기조와 한미 금리 격차 등 금리 인상 압력이 있지만 중동 전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이라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금리 인상보다는 금리 동결로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어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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