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사업 매출 23% 차지 셀렉타 매각 결단···고수익 스페셜티 제품 집중
바이오 업황 2분기 바닥 통과···CJ제일제당, 4분기부터 바이오 실적 개선 전망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CJ제일제당이 브라질 자회사 CJ셀렉타를 매각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해외 계열사인 '지상쥐', CJ셀렉타를 연이어 매각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있다. CJ CGV 실적 부진 등의 문제로 CJ그룹의 자금 부담이 심화된 가운데 그룹 캐시카우인 CJ제일제당은 선택과 집중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복안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브라질 자회사 CJ셀렉타(이하 셀렉타)의 보유지분 66%를 미국 곡물기업 번지의 브라질 자회사에 전량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약 4800억원으로 예상된다. 셀렉타는 사료 원료로 쓰이는 농축대두단백(SPC) 분야 대두 가공기업이다.
CJ제일제당은 셀렉타 매각 이유로 '선택과 집중'을 밝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셀렉타 매각을 통해 바이오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수익 스페셜티 아미노산·솔루션 제품 중심으로 고도화할 것"이라며 "매각 대금은 사업 경쟁력 강화에 쓰일 계획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셀렉타 인수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2017년 경영에 복귀한 후 가장 먼저 발표한 대규모 인수합병이다. 이 회장은 셀렉타 인수를 통해 2020년 글로벌 고단백 소재시장에서 매출 8000억원 달성하고자 했다. 하지만 2020년 매출 5729억원을 기록하며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이후 2021년부터 업계에서는 셀렉타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지난해 7월 CJ제일제당이 공시를 통해 매각 의사가 없다는 것을 밝히며 매각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셀렉타가 지난해까지 꾸준히 수익성을 높이며 알짜 계열사로 자리잡은 것도 매각설에 대응하는 근거가 됐다.
셀렉타의 순이익은 2020년부터 꾸준히 증가해왔다. 셀렉타의 당기순이익은 2020년 331억원, 2021년 866억원, 2022년 1263억원으로 증가했다. 매출도 2020년 5729억원, 2021년 7567억원, 2022년 1조1320억원으로 늘었다. 셀렉타의 매출은 지난해 바이오 부문 전체 매출인 4조8540억원의 23%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올해 CJ제일제당은 선택과 집중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셀렉타 대신 그린 바이오에서 스페셜티 아미노산·솔루션 제품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스페셜티 제품을 향후 CJ제일제당의 그린 바이오 사업을 이끌 수 있는 고수익 제품으로 보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올해 2분기 IR자료에 따르면 스페셜티 제품의 매출 비중은 지난 3년 새 급증했다. 스페셜티 제품의 매출 비중은 2019년 1분기 6%에서 2020~22년 사이 10%대를 기록하다가, 2023년 1분기 21%로 늘었다. 스페셜티 제품에는 발린·알지닌·이소류신·히스티딘·시트룰린 등이 포함된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연이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는 모회사인 CJ그룹이 CJ CGV, CJ ENM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진으로 재무부담이 심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CJ그룹이 CGV 지원 등으로 이내 자금 여력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CJ제일제당이 캐시카우로의 역할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7월 중국의 식품 계열사인 지상쥐를 매각한 것도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지상쥐는 중국식 반찬류·장류를 취급하는 기업으로 CJ제일제당은 이를 매각하고 비비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K-푸드 확장에 주력하고자 했다.
또 지상쥐 매각을 통해 재무건정성도 높이고자 했다. CJ제일제당은 지상쥐 지분 매입에 약 380억원을 들였는데, 올해 매각에서 3000억원을 받으며 차익을 냈다. CJ제일제당은 매각 대금을 재무건전성 강화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매각 대금은 차입금 상환과 유보금으로 활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의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154%, 지난해 159%를 기록했다.
CJ그룹의 자금 부담이 심화된 가운데 올해 CJ제일제당의 실적도 내려앉은 상황이다. 특히 바이오 부문의 실적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올 2분기 대한통운을 제외한 CJ제일제당의 매출은 4조4233억원, 영업이익은 2358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7%, 40.1% 감소했다. 그중에서도 바이오사업부 매출은 8926억원, 영업이익 39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0%, 76% 줄었다.
CJ제일제당의 3분기 실적 전망도 좋지 않다. 증권가에서는 CJ제일제당의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의 하단을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바이오 업황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연말까지 점진적으로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4분기부터 바이오부문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심은주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리포트를 통해 “바이오 시황은 2분기 바닥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7월부터 라이신 등 주요 아미노산 Spot 가격이 강하게 반등했기 때문이다. 다만 실적에 반영되는 래깅 타임 및 원가(곡물 투입) 감안시 유의미한 개선은 4분기부터 본격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