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단기차입금 전년 대비 20.7% 줄어
하나카드, 6월 말 단기차입금 1조450억원···홀로 2배 이상 ‘껑충’
“차환 과정에서 이자비용 증가 우려···유동성 리스크 우려도”

카드업계 단기차입금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카드업계 단기차입금 추이/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카드업계의 단기차입금 규모가 지난해 말부터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하나카드는 오히려 단기차입금이 카드사 중 유일하게 2배 이상 급증하면서 단기차입 의존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1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단기차입금은 5조225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6조5869억원) 대비 20.7% 줄어든 규모다. 단기차입금은 금융기관 등 외부로부터 빌린,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의미한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11월 여전채 금리가 6%대까지 치솟는 등 여전채를 통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되자 이자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단기차입금을 대폭 늘린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여전채 금리가 4%대로 떨어지면서 채권 발행 여건이 다소 안정화되자 다시 여전채 발행량을 늘렸고 그에 따라 단기차입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삼성·현대·롯데·우리·비씨카드 등 6개 카드사에서 1년 새 단기차입금이 일제히 줄어들었다. 특히 신한카드는 지난해 6월 말 8722억원에서 올해 6월 말 2988억원으로 65.7% 줄어들며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롯데카드도 같은 기간 1조2750억원에서 5700억원으로 55.3% 줄어 50% 이상의 높은 감소율을 나타냈다.

KB국민카드의 경우 단기차입금이 전년 대비 늘어나긴 했으나 1조7400억원에서 1조7850억원으로 2.6% 소폭 증가에 그쳤다.

반면 하나카드는 단기차입금 규모가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상반된 추세를 보였다. 하나카드의 지난 6월 말 단기차입금 규모는 1조4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800억원에서 175% 급증했다. 1년 새 2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다른 카드사들의 경우 단기차입금이 대부분 감소하거나 증가하더라도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단기차입금이 늘어나면서 하나카드의 단기조달비중 역시 작년 6월 말 10.46%에서 13.39%로 2.93%포인트 확대됐다.

하나카드의 단기차입금 규모가 급증한 것은 상반기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대출 영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면서 자금 확보 필요성이 커졌고 그에 따라 조달 규모를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하나카드는 올해 6월 말 기준 카드론 이용액이 1조903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421억원보다 53.2% 늘었다. 이는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현금서비스 취급액 역시 올해 6월 말 기준 1조7664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992억원) 대비 16.5% 늘었다. 다른 카드사들의 경우 같은 기간 취급액이 오히려 감소하거나 10% 미만 소폭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하나카드의 현금서비스 증가율이 두드러지는 셈이다.

문제는 지금처럼 시장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기차입금이 늘어나면 만기가 1년 이내로 빨리 돌아오는 단기차입금 특성상 차환 과정에서 이자비용이 늘어날 수 있어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단기차입금은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자금이기 때문에 비중이 높을수록 안정적인 유동성 관리에 불리하다. 특히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영업 자금의 대부분을 외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만기가 짧은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유동성 리스크가 커지게 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금리가 지금처럼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단기차입금 비중이 늘어나게 되면 단기차입금의 만기가 도래했을 때 차환 과정에서 이자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며 “금리 상승 문제 외에도 시장 불안정성이 커져서 조달이 어려워질 경우 유동성 위기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카드 관계자는 “시장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여전채 금리 변동 등 복합적인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단기차입금 규모가 증가한 부분이 있다”면서도 “다만 4분기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며 리스크 관리를 위해 관련 지표들을 모니터링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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