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2분기 조정자기자본비율 15.9% 기록
타 경쟁사 대비 낮은 자본적정성 지표 개선···영업자금으로 활용
업계, 우리카드 탈BC 행보 주목···본업 경쟁력 강화 전략 유지 및 확대
비용 절감 통해 수익성 기대 커지고 있는 만큼 상쇄할 수 있을지 관건

7대 전업 카드사 2분기 조정자기자본비율 현황(2023년 기준)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우리카드가 2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자본확충에 나섰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가운데 현금을 확보하고 타 카드사 대비 낮은 자본적정성 지표를 개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우리카드의 탈BC 행보가 본격 시작된데다 발행한 2000억원 모두 영업자금으로 활용될 계획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관련 지표 개선 뿐만 아니라 독자 전략이 구체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카드는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을 조달할 때 발행하는 고금리 채권이다. 일반 회사채와는 달리 회계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적정성을 개선해준다. 

특히 우리카드는 업계 하위 수준의 자본적정성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우리카드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15.9%로 집계됐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총 자산 중 대출자산 등을 제외한 순수 자본이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금융기관 특성상 단순히 자기자본비율만을 통해서는 자본적정성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려운데 조정자기자본비율은 회계상 총자산 및 자기자본에 조정항목을 제외해 위험자산 규모에 대비한 자기자본비율을 상정한 수치다. 카드사의 건전경영 여부 및 자본적정성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핵심 지표다. 해당 수치가 높을수록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카드의 경우 7개 전업 카드사(삼성·신한·하나·현대·KB국민·우리·롯데카드) 가운데 6번째로 낮은 수치다. 우리카드보다 더 낮은 조정자기자본비율을 기록한 카드사는 롯데카드(15.46%)가 유일하다. 

조정자기자본비율 추세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카드는 지난 2020년 말 조정자기자본비율 20.36% 기록한 이후 7분기 연속 수치가 하락했다. 우리카드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이 15%대로 하락한 것은 2013년 우리은행에서 분사한 이후 처음이다. 다른 금융지주계열 카드사와 비교했을 때도 1%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16.92%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을 기록했고 신한카드와 하나카드는 각각 19.3%, 18.16%로 집계됐다. 경쟁사 대비 낮은 조정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자본적정성 개선을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활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이번 신종자본증권은 지주 지원을 바탕으로 발행했다"며 "모두 영업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우리카드의 탈BC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신종자본증권으로 발행된 2000억원 모두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자 전략 추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선 우리카드는 본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유지하고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우리카드는 BC카드의 결제망이 아닌 자체 결제망을 활용하는 독자 가맹점 체제를 성공적으로 출범했다.

그 동안 우리카드는 국내 전업 카드사 중 유일하게 독자 결제망이 없었다. 다른 카드사와 달리 독자 결제망이 아닌 BC카드 결제망을 이용해 가맹점 관리·모집 등의 운영 업무를 BC카드에 위임해왔다. 우리카드가 발행한 자체 상품에도 BC카드 로고를 넣어야 했는데 이번 자체 결제망·가맹점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독자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주력 카드를 대거 교체하는 '마이그레이션'을 단행하면서 독자 브랜드로 재출시해 독자 가맹을 가진 카드사로서 정체성을 명확히 정립한다는 방침이다. 향후 점진적으로 BC카드 결제망 의존도를 줄여나가게 되면 장기적으로 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지급이나 마케팅 업무 회비 납부 등 관련 비용들이 절감되면서 수익성 제고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투입되는 영업자금이 해당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지 관건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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