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확산 가능성에 10일 방산주 강세
연이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국내 방산주 수혜 부각
“중장기 투자 적합” vs “수주 모멘텀 이어져야” 평가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교전으로 중동에 전운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시에서는 ‘K-방산’(KOREA 방위산업)을 주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이어 지정학적 갈등이 곳곳에서 펼쳐지면서 군사력 증강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10일 국내 증시에서 방산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LIG넥스원은 전 거래일 대비 8.93% 상승한 9만3900원에 장을 시작해 장중 12.06%까지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차익실현 매물로 이날 6.38% 상승한 9만1700원에 마감했지만 코스피가 0.26% 하락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주가 상승 폭이었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다른 방산 관련주 역시 이날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시가총액 5조1100억원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장중 8.7%까지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다 전 거래일 대비 2.23% 오른 10만1000원으로 마감했고 한국항공우주도 6.05% 급등한 후 4.07% 상승한 4만9850원에 장을 마쳤다. 

국내 방산주들이 이 같은 주가 흐름을 보인 배경에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반사 수혜 기대감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마스는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 남부 지역에서 ‘알아크사 홍수’라는 작전명의 기습 작전을 전개했고 이스라엘은 8일 전쟁 돌입을 공식 선언하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대적인 공습에 나선 상태다.

특히 이번 교전이 하마스와 이스라엘 우호국 간의 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부각됐다. 이미 레바논 기반의 무장 단체인 헤즈볼라가 하마스에 동조해 이스라엘에 공격을 가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교전의 강도가 커질수록 제5차 중동 전쟁 발발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무기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투심으로 연결됐다는 평가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포탄 등 즉시 전력 물자와 유도무기 방어체계, 자주포 등 필요성이 대두될 것”이라며 “당장 전시 편제 가동해 방산물자의 생산·확보가 가능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사실상 유일하다”라고 밝혔다. 

이에 SK증권은 중동 지역에서 관심을 두는 유도무기체계와 관련해 LIG넥스원을 수혜주로 꼽았다. 터키, 이라크, UAE, 이집트 등 인근 국가 수출 사례 및 논의 등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봤고 미국이 이스라엘에 포탄과 같은 소비 물자를 우회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며 풍산이 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연이어 대두되면서 K-방산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빛을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국내 방산주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장 조명을 받기 시작하다가 폴란드를 중심으로 대규모 수출에 성공하면서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린 바 있다. 이념을 달리하는 국가나 종교 간 긴장도가 높아졌다는 측면에서 K-방산 수요가 지속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앞선 심층 보고서를 통해 “2022년 8월 폴란드의 대량 수주 이후 2차 실행계약 지연, 노르웨이 K-2 전차 사업 수주 실패 등 대형 사업 공백 탓에 주가가 부진했다”면서도 “꾸준히 늘어나는 방위력개선비와 국내 첨단무기체계 국산화 사업, 쌓아둔 수출 잔고 영향에 2025~2026년까지 실적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중장기 투자를 권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모멘텀이 지속되기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전쟁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국내 방산업체들이 무기를 수출하는 곳이 아니어서 직접적인 수혜가 크지 않고 정치적 리스크에 과거 중동 전쟁처럼 확전 가능성도 아직까진 높지 않다”며 “이번 이슈 이후 대규모 수주 소식이 연이어 들리지 않는 이상 증시 부진 속에서 나홀로 상승 흐름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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