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까지 인수 목표였는데···해 넘길 듯
경기악화 영향···중앙회의 소극적 지원 때문 관측도
수협은행 "더 좋은 매물 찾기 위해 늦춰진 것"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Sh수협은행이 지주사 체제 전환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당초 자산운용사를 빠르게 인수한 이후 지주사를 출범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인수합병(M&A)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최근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M&A도 늦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수협중앙회가 자본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수협은행에 지원을 소극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은 작년 말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포하고 비은행 계열사 인수 합병에 나서고 있다. 당초 수협은행은 올해 상반기까지 자산운용사를 인수해 비은행 계열사를 갖추면 우선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2030년까지 캐피탈사, 증권사를 사들여 종합금융지주사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수협은행은 올해가 세 달 남은 상황인데도 자산운용사를 인수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웰컴자산운용을 인수한다는 설이 돌았지만 결국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올해를 넘기면 수협은행의 지주사 전환 일정은 밀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목표로 삼았던 지방금융지주와의 격차는 그 만큼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협은행은 경제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은 탓에 자산운용사 인수도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경기침체는 길어지고 있으며, 시중금리가 크게 상승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정성도 커졌다. 이에 그간 굳건해 보였던 국내 은행들도 연체율이 오르는 등 부실사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에 재무적 여건이 나은 금융지주와 대형 시중은행조차도 외형 확장 정책을 자제하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수협은행도 이러한 은행권 분위기에 맞춰 무리하게 M&A를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수협은행의 자산건전성도 올해 들어 악화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수협은행의 전체 대출채권 가운데 원리금 상환이 1개월 이상 연체된 비율은 0.30%로 작년 말과 비교해 0.04%포인트 올랐다. 부실등급 대출채권(고정이하여신) 비율도 0.46%로 같은 기간 0.04%포인트 상승했다. 더구나 부실채권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은 올해 6월 말 177%으로 전체 은행 가운데 하위권 수준이다. 부실에 대한 흡수력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의미다.
다만 시장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자산운용사 인수 자체가 큰 부담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애초에 수협은행의 목표는 소형 자산운용사였다.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의 매각가는 1000억원 이하인 경우가 많다. 앞서 웰컴캐피탈 인수설이 나올 당시 자회사인 웰컴자산운용사 두 곳을 한 번에 인수하는 데 총가격이 1000억원 안팎으로 제기됐다. 이를 위한 현금은 수협은행이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수협은행은 수산금융채권을 발행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다. 한도도 아직 많이 남았다.
이에 일각에서는 모기업인 수협중앙회의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어 수협은행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수협은행이 M&A를 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낮은 자본건전성 수준이다. 수협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은 11.23%로 여전히 은행권에서 가장 낮다. 자산운용사 인수가 보통주자본비율에 끼칠 영향은 크지 않지만, 수치 자체가 낮기에 당국의 눈치를 볼수 밖에 없다. 수협은행은 그간 벌어들인 순이익을 공적자금 상환에 투입한 탓에 자본건전성이 크게 하락했다.
수협은행의 자본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협중앙회가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중앙회는 지주사 체제 전환을 선포한 수협은행에 올해 초 2000억원의 자금을 내려보내는 데 그쳤다. 오히려 올해 3월에 중앙회는 은행으로부터 배당과 명칭사용료 명목으로 1200억원을 받아갔다. 이는 전년 대비 24.7%(238억원) 급증한 액수다. 이렇다보니 수협은행의 자본건전성이 크게 개선되지 못한 것이다. 지금 수준의 보통주자본비율을 유지하면 향후 자산운용사를 가까스로 인수하더라도 캐피탈사, 증권사를 인수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더 좋은 매물을 찾고 있다보니 자산운용사 인수가 늦춰지는 것 같다”라며 “합당한 매물이 나오면 어렵지 않게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