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기업대출 잔액 756조3309억원···한달 새 약 9조원 증가
금융당국 가계대출 옥죄기에···시중은행, 기업대출 강화 ‘분주’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 비중 82% 넘어···부실 위험 우려

5대 은행 기업대출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5대 은행 기업대출 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최근 은행들이 앞다퉈 기업대출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750조원을 넘어섰다. 가계대출 급증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관리에 나서자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린 결과로 풀이된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56조33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747조4893억원) 대비 8조8416억원 증가한 규모다.

은행권의 기업대출 증가세는 매달 가팔라지는 추세다. 지난 6월에는 한 달간 5조3242억원 증가했다면 7월에는 6조5790억원 늘어나며 증가액이 6조원대로 올라섰다. 이후 8월에는 8조원대로 올라서며 한 달 새 8조5974억원 증가했으며 9월에는 8조8416억원 늘어나며 증가액이 9조원에 달하는 등 증가폭이 확대됐다.

가계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나면서 금융당국이 은행권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자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기업대출 영업을 강화했고 그 결과 잔액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지난달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을 발표하면서 오는 2027년까지 기업대출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전략 발표에 힘입어 기업대출 취급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지난 9월 우리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39조805억원으로 한달 새 3조3870억원 증가하며 5대 은행 중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하나은행도 기업대출 취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의 지난 9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157조495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3.9% 증가했다. 기업대출이 전체 원화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54.6%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았다.

다만 기업대출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고금리에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면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 기업들을 중심으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전체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2.4%로 집계됐다.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부실 위험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이 기업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부실 위험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은행들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우려를 높이는 대목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 평균은 0.3%로 지난해 같은 기간(0.18%)보다 0.12%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의 경우 평균 0.36%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0.21%) 대비 0.15%포인트 악화됐다. KB국민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 모두 0.3%대를 넘어섰으며 농협은행의 경우 0.51%까지 치솟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경기 악화와 고금리 장기화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며 “특히 9월 말을 끝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코로나19 관련 대출 상환유예 조치도 단계적으로 종료되면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잠재 부실이 드러날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건전성 지표에 큰 타격이 없도록 기업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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