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 맡은 워트, 5~12일 기관 수요예측 진행
상장철회 이슈에다 최근 연이은 수요예측 부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키움증권이 반도체 환경제어 장비업체 워트의 IPO(기업공개) 주관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키움증권은 두각을 보인 올해 초와 대조적으로 하반기에 들어선 수요예측 흥행 사례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워트는 이날부터 오는 12일까지 5영업일 동안 기관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워트는 반도체 핵심 공정 내 ‘초정밀 온·습도 제어장비’(THC) 등을 개발하고 양산하는 기업으로, 이번 IPO를 통해 200억원(공모가 밴드 하단 기준)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워트의 이번 수요예측은 상장 대표 주관사가 키움증권이라는 점에서 시장 관심이 쏠린다. 키움증권은 올해 적극적으로 IPO 주관 실적을 쌓고 있는 증권사다. 올해만 이미 네 곳(스팩 제외)의 IPO 주관 실적을 올렸다. 누적 공모금액은 743억원으로 극도로 부진했던 지난해 1건의 일반 IPO 주관을 통해 기록한 238억원의 공모금액을 이미 뛰어넘은 수치다.
키움증권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시작이 좋았다. 지난 2월 초 상장한 유아 가구업체 꿈비는 기관 수요예측에서 1547.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공모가도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해 결정되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진행한 IT보안기업 샌즈랩 역시 1325.79 대 1의 경쟁률로 흥행하며 공모가 희망밴드 최상단에서 공모가를 결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후 흥행 가도는 끊긴 상황이다. 키움증권이 이전 상장을 주관한 체외진단 의료기기 전문업체 프로테옴텍은 지난 5월 말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94.1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에 공모가도 희망밴드 하단을 밑도는 수준에서 결정됐다. 세포분석 장비업체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도 지난 7월 말 수요예측에서 191대 1의 경쟁률로 흥행에 실패했다. 당시 IPO 시장에 훈풍이 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표였다.
특히 상장 주관에 나섰던 클라우드·메타버스 오피스 기업 틸론이 잡음 속에 상장을 철회한 것도 키움증권에는 뼈아팠다. 틸론은 증권신고서 정정요구를 세 차례나 받았고 이례적으로 금융감독원이 정정요구와 관련한 설명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최대주주를 둘러싼 법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무리한 IPO 진행이 아니었냐는 평가도 나왔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워트의 이번 수요예측은 분위기를 바꿀 기회로 여겨진다. 무엇보다 키움증권은 올해 하반기 대어로 꼽히는 LS머트리얼즈의 공동 대표주관을 통해 그동안 중소형 위주의 IPO 딜에서 대형 IPO로 외연 확장을 도모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 이에 평판 회복과 트랙 레코드 확보 차원에서 워트의 흥행이 중요해진 것이다.
워트가 이번 IPO에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는 점은 흥행에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워트에 따르면 초기 일본 기업이 독과점해 왔던 반도체 설비에 대해 국산화를 이끌었고 2004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국내 반도체 공정환경제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워트 측은 반도체의 미세화·첨단화 추세로 공정환경제어 시스템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키움증권은 공모가를 확정 지은 뒤 이달 16~17일 일반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공모가 희망 밴드는 5000~5600원이며 이를 통해 계산된 시가총액은 806억~903억원이다. 워트는 공모자금을 설비투자, 연구인력 확보, 신제품 개발 및 투자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