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엑소좀 시장, 2026년 43조원 규모 성장 전망
일리아스, 급성신손상 엑소좀 치료제 1상 투약 완료
브렉소젠, 심근경색증 치료제 1상 IND 신청 준비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엑소좀(Exosome) 신약 개발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바이오벤처들이 임상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수의 기업들이 초기 임상 단계에 있지만, 신흥 강자가 없는 엑소좀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엑소좀을 활용한 피부질환, 폐렴, 탈모 등 치료제 개발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 엑소좀은 세포치료제와 유사한 약리작용을 유지하면서 보관·유통 등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엑소좀 시장 규모./ 표=정승아 디자이너
글로벌 엑소좀 시장 규모./ 표=정승아 디자이너

엑소좀은 신체의 세포에 의해 방출되는 세포 밖 소포체를 말한다. 핵산, 단백질, 지질 등 다양한 세포 신호 물질을 포함하고 세포 간 신호 전달을 위한 메신저 역할을 한다. 엑소좀은 몸에서 생성된 물질인 만큼 거부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다. 또 엑소좀에 태울 약물만 바꾸면 암이나 감염성질환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다.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엑소좀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뛰어드는 이유다.

엑소좀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 연구 단계가 초기에 머물러 있다. 해외에서도 아직 시판되는 엑소좀 약물은 없다. 국내 기업이 비교적 선두 위치에 설 가능성이 제기되며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BMR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엑소좀 시장은 2021년 117억7400만달러(약 16조원)에서 연평균 약 21.9% 성장해 오는 2026년에는 316억9200만달러(43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엑소좀 신약 개발 현황./ 표=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엑소좀 주요 신약개발 현황./ 표=정승아 디자이너

국내에서 엑소좀 신약 개발에 가장 선두를 달리는 기업은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이하 일리아스)다. 일리아스는 이달 급성신손상 엑소좀 치료제 ‘ILB-202’ 임상 1상 투약을 완료했다. 지난해 4월 호주 인체연구윤리위원회(HREC)로부터 ILB-202 1상을 승인받고 임상에 돌입했다. 연내 안전성과 내약성에 대한 탑라인 데이터 확보를 계획 중이다.

일리아스는 ILB-202 1상에서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기 위해 건강한 성인 18명을 대상으로 저용량, 중용량, 고용량 3개 코호트로 나눠 ILB-202를 단회 점적 정맥 투여했다. 일리아스에 따르면 ILB-202는 염증을 활성화하는 NF-κB 작용을 억제하는 항염증 물질인 srlκB 단백질을 탑재한 엑소좀 치료제다. 

일리아스 관계자는 “임상 궤도에 오른 ILB-202 임상 1상 탑라인 데이터를 4분기까지 확보하는 것을 목표 중”이라며 “전임상 단계인 물질들은 파트너사를 확보해, 회사의 자체 엑소좀 플랫폼 기술 기반의 공동연구를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브렉소젠은 아토피피부염 엑소좀 치료제로 미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브렉소젠은 아토피피부염 엑소좀 치료제 ‘BRE-AD01’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 허가를 받았다. 회사는 이번 1상에서 중증도 아토피 피부염환자들을 대상으로 BRE-AD01을 투여한다.

일반적으로 임상 1상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을 투여해 안전성을 평가한다. 반면 브렉소젠은 1상에서 실제 아토피피부염 환자들에게 약물을 투여해, 안전성과 효능을 확인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브렉소젠은 내년 상반기 BRE-AD01 1상 결과 도출을 목표하고 있다.

브렉소젠에 따르면 자체 엑소좀 플랫폼 기술인 ‘BG-플랫폼’을 기반으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BRE-AD01와 심근경색증 치료제 ‘BRE-MI01’, 비알콜성지방간염 치료제 ‘BRE-NA01’ 등을 개발 중이다.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다음으로 1상 진입을 앞둔 심근경색증 치료제 BRE-MI01는 내년 3분기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이 예상된다.

회사는 지난달 12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이번 투자 유치로 확보한 자금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BRE-AD01 미국 1상 마무리와 심근경색증 엑소좀 치료제 BRE-MI0 임상 1상 준비에 사용될 예정이다. 브렉소젠 관계자는 “시리즈C 투자 유치로 확보한 자금은 비임상 연구와 임상시험용 의약품 생산 등에도 활용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기술이전을 고려해 엑소좀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에서 BRE-AD01 1상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프리모리스는 지난해 12월 엑소좀 기반 창상(화상)치료제 ‘PMS-101’의 국내 임상 1·2상 진행을 위해 식약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했다. 프리모리스는 제대혈 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엑소좀을 활용한다. 엑소좀 기반 폐렴치료제, 탈모치료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엑소좀 분야는 국내 임상이 까다로운 분야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시판 중인 약물이 없는 만큼, 신기술 임상 허가에 대한 보수적인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엑소좀 치료제 임상은 해외가 더 유연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 전언이다. 전통 제약사들은 직접 엑소좀 신약 개발에 나서기보다, 바이오 벤처에 기술투자나 업무협약(MOU) 체결하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엑소좀 신약은 상용화된 약물이 없는 만큼, 실패 가능성이 높은 분야라 대형 제약사가 직접 임상에 뛰어들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오벤처에서 개발한 약물을 사오거나, 공동연구 방식의 투자가 다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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