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성범죄 및 살인죄 감형 했다는 지적 나와···흉악범 처벌 문제 사회적 이슈임을 방증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 진행될 국회 본회의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야당은 그를 부적격 인사로 판단, 사실상 부결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청문회 단계에서부터 그의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 특히 새롭고 눈에 띄어 보이는 것이 있다면 그의 과거 성범죄 판결과 관련한 것이었다. 이 후보자는 12살 아동을 세 차례나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평소에도 가정폭력을 일삼다 결국 아내 배를 밟아 죽인 남편 항소심 재판에선 1심 법원이 적용했던 살인죄를 뒤집고 상해치사를 적용했고, 출소한 지 8일 만에 13세 여학생을 강제추행한 피고인 항소심에서도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감형 사례들만 거론돼 더 부각돼 보일 수 있고, 또 이 후보자 말대로 반대로 형량을 중형으로 올린 사례도 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강력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판결 문제가 청문회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명을 해야 할 문제라는 점이 이번에 확인됐다는 것이다.
사실 강력범죄에 대한 법원의 감형 판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성범죄, 살인, 스토킹 등 범죄에 대해 심신미약, 신과 본인만이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반성 등을 이유로 솜방망이 판결이 내려졌고, 실제로 그렇게 나와서 또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있었다. 반성을 이유로 풀려났다가 또 다시 풀려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그 ‘반성’이 가짜였다는 것을 방증 하지만 새로 생긴 피해자만 억울할 뿐이다.
물론 강력범죄자들에 대해 무조건 중형을 해야 온당한 판결이라고 할 순 없다. 판결은 감정이 아니라, 양형 기준에 따라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한국의 처벌이 약하다는 것을 범죄자들조차 알고 있고, 이렇게 청문회 주제로도 부각될 정도라는 것은 결코 평범한 상황은 아니다. 요즘은 범죄자는 물론, 소년범들조차도 처벌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이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드라마에서도 이런 주제가 묘사된다.
심지어 성착취물을 만들고 범죄수익을 은닉해 한국 혹은 미국에서 처벌받을 상황이었던 한 범죄자는 대놓고 “한국에서 재판받고 싶다”고 하기도 했다. 범죄자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건 국가적으로 자존심이 상할 만한 일이다.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단순히 감정적 처벌을 바라는 목소리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 이미 다른 국가들에선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는데, 그렇다고 이들이 비이성적 국가는 아니다. 어쩌다 보니 한국에선 ‘인권 최우선’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가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됐는데, 과거엔 우리나라도 흉악범들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내려졌다.
대한민국 사법부 최고위자리를 뽑는 과정에서 관련 지적이 나왔고, 그 지적이 엉뚱한 지적이 아닌 실제 자격 논쟁거리가 됐다는 것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제 고민이 필요하긴 필요한 문제라는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한 고민은 정치권이나 외부에서 할 일이 아니다. 오직 법체계를 알고 고유권한을 가진 사법부만이 고민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이 후보자 임명 문제와 더불어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