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 기업인 증인 속속 결정···10대 기업 총수 중엔 포스코 최정우만 채택
DL·롯데건설·SPC 등 추가 증인 관심···BHC·GS리테일·아워홈 경영진도 소환 논의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올해도 주요 기업 경영진들이 국회 국정감사장에 불려나간다. 기업 총수 소환은 지양하고 전문 경영인을 주로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SPC와 DL이앤씨, 롯데건설 등 중대재해로 근로자가 잇따라 희생된 일부 문제 기업의 경우 실질적 오너를 소환해 제대로 따져물어야 한단 분위기도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기업 관계자들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박철희 호반건설 대표이사와 김호연 빙그레 회장,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 김주관 네이버 비즈니스 CIC 대표 등을 각각 증인으로 채택했다. 

호반건설은 다수계열사를 설립하고 비계열 협력사를 동원에 입찰에 참여하는 벌떼입찰 논란을 빚었고, 빙그레는 공장 건립 관련 인근 주민들의 반발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과도한 수수료와 데이터 독과점으로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본단 비판이 제기된다. 네이버비즈니스는 스마트스토어 내 가품 유통 관련 문제점이 제기된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와 조미수 코스트코 대표이사,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 등을 국감장에 불러세운다. 샤니 등 SPC 계열사는 근로자가 재해가 잇따르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아왔다. 지난해 계열사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끼임사고로 숨진 이후에도 유사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코스트코코리아는 지난 6월 30대 근로자가 폭염 속 카트정리를 하다 숨진 사건으로 논란을 빚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공사 현장에서 업계 최다인 7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8명이 숨졌다. DL이앤씨는 지난해에도 마창민 대표가 국감장에 나와 안전강화를 약속했으나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른바 ‘순살자이’ 논란을 빚은 GS건설의 임병용 부회장은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장에 선다. GS건설은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에서 붕괴사고가 나면서 부실시공 논란을 빚었고,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GS건설이 시공한 전 사업장에 미쳤다. 국토부는 최근 GS건설에 영업정지 10개월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 표=정승아 디자이너
/ 표=정승아 디자이너

올해 국감도 어김없이 기업인들이 불려나오지만, 기업 총수보단 주로 실무진들이 출석하는 분위기다. 이날 현재 10대 그룹 총수 중에선 태풍 카눈 상륙 당시 대응 논란을 빚은 최정우 포스코 회장만 국감장에 선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국경제인연합회 재가입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소환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가능성은 낮단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대체로 기업의 부조리를 제대로 개선하려면 총수의 국감 출석이 필요하단 입장인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과도한 기업인 소환은 지양해야 한단 분위기다. 다만, 문제 기업의 총수가 종합감사 기간 추가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은 살아있다. 지난해 최태원 회장은 카카오톡 먹통 사태 관련 국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으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를 거부하면서 종합감사 막판 국감장에 서기도 했다.

환노위 관계자는 “야당 의원들은 샤니 뿐 아니라 전체적 계열사 산재 문제가 심각하기에 허영인 SPC 그룹 회장을 불러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국감 중간에도 추가 협의가 되면 불러낼 수 있다”며 “다만, 여당 쪽에서 워낙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허 회장 출석 여부를 장담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어 “허 회장뿐 아니라 DL이앤씨도 월급 사장 말고 실질적 오너인 이해욱 회장을 불러내야 한단 의견이 있었으나, 반대 의견에 차선책으로 바꾸게 됐다”고 덧붙였다.

국감 증인 출석의 경우 각각 인사를 두고 표결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야당이 총수 소환을 강행할 수도 있다. 다만, 기존 관례상 여야간 협의를 통해 정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허영인 회장과 이해욱 회장 외 추가로 증인 채택 필요성이 거론되는 기업 인사는 가맹점 갑질 논란을 빚은 박현종 BHC 회장, 잼버리 현장 운영 문제를 빚은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와 구지은 아워홈 대표 등이다. 롯데건설의 경우 중대재해 관련 김진 안전보건실장을 증인 채택했으나, 정부가 사안을 엄중하게 본단 점을 감안해 고위 인사의 추가 소환 가능성도 점쳐진다. 올해에만 롯데건설에서 4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고용노동부는 이날 “이달 전국 롯데건설 현장에 대한 일제감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야권 관계자는 “21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다보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 의지가 높을 수 밖에 없다”며 “호통 국감 얘기가 나오는 등 기업인 국감 출석에 부정적 얘기가 나오지만, 기업의 실질적 오너를 불러 시장경제에서 공정거래 등 부조리한 부분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겠단 약속을 받아내는 것 또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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