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은행채 발행한도 폐지···발행물량 증가 전망
여전채 소외현상 심화 우려···금리 상승 압력↑
연말 만기 도래 카드채 6.2조원···차환 과정에서 이자비용 증가 우려

카드채 발행규모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드채 발행규모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금융당국이 이달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 조치를 폐지한다. 이로써 은행권의 자금 확보가 원활해질 전망이지만 향후 발행량 증가로 은행채가 시장 자금을 빨아들일 경우 여전채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 연말에 채권 만기를 앞둔 카드사들은 차환 발행에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의 자금 확보를 위해 올 4분기부터 은행채 발행 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앞서 금융위는 작년 10월 강원도의 레고랜드 보증채무 미이행 사태 여파로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이 심화하자 은행채 발행을 제한한 바 있다. 우량채인 은행채로 시중 자금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최근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권 전반에서 고금리 예금 경쟁이 격화될 조짐이 나타나자 금융당국은 이를 막기 위해 은행권이 수신 유치 외에 채권 발행으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줬다.

은행채 발행 제한이 폐지되면서 은행의 자금 조달은 수월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채를 주요 자금 조달 수단으로 삼는 카드사들은 오히려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릴 우려가 커졌다. 은행채 물량이 늘어나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여전채에 대해서는 투자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올해 들어 카드사를 비롯한 여신전문금융회사들의 건전성 리스크가 커지면서 여전채 수요는 이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의 채권 발행액도 줄어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발행된 카드채 규모는 2조900억원으로 전월(3조2000억원) 대비 34.7% 급감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자금 조달의 60% 이상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채 발행 한도가 폐지되면 은행채 발행물량이 늘어나면서 여전채 소외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량채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 시장 자금이 은행채 쪽으로 쏠리게 되고 결국 여전채 투자 수요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전채 수요 위축 우려가 커지면서 카드업계는 올해 4분기도 작년 채권시장 경색 당시처럼 자금 조달난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전채 수요가 위축되면 가격이 떨어지면서 금리가 오르게 된다. 여전채 금리가 상승할수록 카드사는 높은 이자율로 채권을 발행하게 되고 이는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여전채 금리는 상승 곡선을 그리며 5%대에 다가서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AA+ 등급 3년물 여전채 금리는 4.619%로 지난 8월 말(4.433%) 대비 0.186%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부터 오는 12월 말까지 만기를 앞둔 카드채 규모는 6조2400억원이다. 연말까지 6조원이 넘는 채권에 대한 차환 발행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여전채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어 카드사들의 이자비용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초우량 채권인 은행채로 수요가 쏠릴 경우 상대적 투자 매력도가 낮은 카드채의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며 “자금 시장 흐름을 면밀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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