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래량 전년 대비 170% 급증, 비아파트는 2006년 집계 작성 이래 최저치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주택시장 내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 거래량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아파트는 거래량이 늘고 있는 반면, 비아파트는 전세사기 등으로 선호도가 추락한 이후 거래량 반등을 쉽사리 시도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아파트 2만6594건이 매매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거래량 9834건에 견주어보면 170%나 급증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그 원인으로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부의 대출 및 규제완화를 꼽는다. 게다가 올랐다 하더라도 전고점 대비 소폭 낮은 집값이 상승 여지를 키우며 매수세에 불을 지폈다.
실제 각 지역별 대장주들은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송파구 잠실동 대장주로 꼽히는 엘스아파트 전용 84㎡는 8월 말 25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직전 최고가 26억5000만원 대비 1억5000만원 이상 낮은 값이다. 마·용·성(마포구, 용산구, 성동구)의 대장주로 불리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도 같은달 18억5000만원에 팔리며 이전 최고가(19억4500만원)의 95% 수준으로 올랐다. 아파트값이 고점 대비 낮은 상황인데다 아파트 값이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수요층이 굳이 비아파트를 사야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대장주가 시세를 이끌고 있지만 아파트 전반의 상승세는 시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5월 0.01% 반등한 이후 6월 0.17%, 7월 0.27%, 8월 0.48%로 상승폭을 키웠다.
반면 빌라나 오피스텔 등 아파트 대체제 역할을 하던 비아파트는 여전히 거래가 침체돼 있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빌라 매매거래량은 1만5251건으로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또 같은기간 서울 오피스텔 매매량 역시 5872건으로 집계됐는데 작년 거래량(1만2300건)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2013년(5011건)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빌라와 오피스텔은 같은기간 아파트가 2만6594건 거래되며 전년 동기대비 170% 급증한 것과 대조를 이루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신규 분양도 크게 줄었다. 올해 1~9월 전국 오피스텔 분양은 2807실에 그쳤다. 아직 3개월이 남았지만 연간 기준 5000실에 못 미칠 게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오피스텔 분양은 2019년 1만2775실에서 2020년 2만7893실, 2021년 3만6469실로 급증했으며, 지난해에도 2만409호실로 2만실을 넘겼다.
업계에서는 비아파트의 침체 원인으로 자산 안정성 하락을 꼽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빌라와 오피스텔에서 전세 사기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 그래도 낮았던 환금성이 더 부각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웅식 리얼투데이 리서치연구원은 “정부의 아파트 관련 규제 완화로 오피스텔 매력도가 떨어진 데다 고금리 상황으로 수익률이 저하된 점이 매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며 “정부가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만큼 당분간 이런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