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금리상승 원인···은행권 "일부러 대출문턱 높인 것 아냐"

서울 한 시중은행 지점 창구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대출 규제 강화와 시중금리 상승으로 은행권 대출이 대부분 소득 등이 많은 고(高)신용자에게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에서 지난 8월 실제로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평균 신용점수(신용평가사 KCB 또는 나이스 기준)는 882.82점으로 집계됐다. 작년 12월 대출자의 평균 신용점수(859.07)과 비교해서 23.75점 상승했다.

5대 시중은행만 놓고 봐도 8개월 사이 신용점수 평균 상승폭은 크다. 가장 많이 오른 곳은 KB국민은행으로 47.00점(901.00→948.00) 상승했다. 하나은행이 24.00점(895.00→919.00)으로 뒤를 이었으며, NH농협은행 23.00점(895.00→918.00), 우리은행 10.31점(922.81→933.12) 순이었다. 신한은행이 1.37점(906.17→907.54) 상승해 가장 적게 올랐다. 

긴축 정책으로 인해 시중금리가 올라간 결과로 분석된다. 대출 금리가 상승하다보니 신용도에 따른 대출 여력의 차이가 더 커진 것이다. 여기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의 시행으로 신용도에 따라 이자비용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의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DSR 시행 이후 은행권 전체의 신용대출 잔액은 줄어들고 있다. DSR이 시행되지 않고 금리 마저 낮았던 지난 2020~2021년에는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차주들도 신용대출을 받았다. 규모가 어느정도 되는 기업에 다니는 사원들도 1~2억원 규모의 신용대출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엔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신용도에 따른 대출 쏠림현상이 더 심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은 자산건전성 관리 등을 위해 일부러 신용점수 기준을 올리는 등 대출 문턱을 올린 결과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신용대출은 수익성이 높기에 더 내주고 싶지만 DSR과 고금리 경향으로 인해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다”라며 “DSR 규제가 워낙 강하기에 은행이 따로 대출 기준을 강화할 이유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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