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코로나 이전 대비 50% 이상 늘어···주요국 중 증가속도 1위
부채비율과 연체율 등 재무안전성 악화···“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 우려

기업대출 급증. / 사진=연합뉴스
기업대출 급증.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상구 기자] 최근 가계대출 재증가세와 함께 기업대출도 빠르게 늘어나면서 금융시장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기업 재무안정성도 악화하고 있어 향후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기관 기업대출 잔액은 2분기 말 기준 1842조 8000억원으로 1년 전의 1713조 1000억원에 비교해 7.57%(129조 7000억원) 증가했다. 기업대출 잔액은 지난 2018년 말 1121조 3000억원에서 2019년 말 1207조 8000억원, 2020년 말 1393조 6000억원, 2021년 말 1580조 7000억원, 지난해 말 1797조 7000억원 등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올 2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3년 반 만에 52.6% 늘어났다. 우리나라 기업대출 증가율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빠른 속도로 분석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국제결제은행 통계를 인용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총생산 대비 기업대출 비중은 한국이 지난해 4분기 기준 119.6%로 2019년 대비 18.3%포인트(p) 증가, 비교 가능한 국가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예산정책처는 “금리가 급등하면서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기업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업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 재무안정성도 전반적으로 부진해지는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기업 부채비율은 지난 2019년 말 84.27%에서 2020년 말 85.75%, 2021년 말 86.43%, 2022년 말 92.13%로 상승했다. 기업 부채비율은 올 1분기 94.95%까지 높아졌다가 2분기 90.8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90%를 상회했다. 은행 월별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내내 0.3%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 1월 0.4%로 증가한 뒤 4월과 5월에는 0.5%까지 올라갔다.  

예산정책처는 “경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은 국면에서 급증한 기업대출이 경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연체율이 추가로 올라간다면 늘어난 기업대출이 은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기업 부채비율이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며 “성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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