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치료제 '라게브리오' 변이 유발했다는 연구 결과 나와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미국 머크사(MSD)가 개발한 코로나19의 경구용 치료제 라게브리오(성분명 몰누피라비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특정 돌연변이를 유발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 제약·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테오 샌더슨 영국 프랜시스크릭 연구소 연구원팀은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GISAID)가 전세계에서 수집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염기서열 1500만여 개의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몰누피라비르 치료제 사용량이 증가한 이후 이 돌연변이의 발생 빈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몰누피라비르가 도입된 2022년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선 특정한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세계 각국 코로나바이러스의 염기서열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몰누피라비르와 코로나19 바이러스 돌연변이 패턴 간의 연관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영국과 호주, 미국, 일본 등 몰누피라비르 처방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던 나라에서 해당 돌연변이가 발견되는 빈도가 높았다. 아울러 몰누피라비르를 처방받은 고령층과 중증질환자에게서도 이러한 돌연변이가 많이 확인됐다.
특정 돌연변이 패턴이 가장 잦게 나타난 국가는 몰누피라비르 사용량이 많은 나라였다. 반면 캐나다, 프랑스처럼 몰누피라비르 사용을 승인하지 않은 국가에서는 관련 돌연변이 패턴이 적게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됐다.
피어스 파마는 “현재 전문가들은 머크의 라게브리오(몰누피라비르)가 돌연변이 증가와 관련이 있으며, 이는 이 약의 사용이 새로운 변종의 진화를 촉진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라게브리오는 돌연변이를 일으켜 리보핵산(RNA) 바이러스의 복제 능력을 억제한다. 이 약의 주요 성분인 몰누피라비르(molnupiravir)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람 세포 안에서 증식하는 동안 바이러스의 유전체(RNA)에 들어가 방해한다.
유전물질은 네 가지 종류의 염기로 구성되며, 이 염기가 배열된 순서에 따라 단백질을 합성하는데, 몰누피라비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RNA를 이루는 염기 중 분자 구조가 닮은 시토신(C) 자리에 몰래 들어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염기서열이 바뀌면서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논문 주저자인 프랜시스크릭 연구소의 테오 샌더슨 연구원은 “몰누피라비르 치료가 때때로 대규모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신약 개발 시 항바이러스제가 지속적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돌연변이 바이러스의 전염 증가 가능성은 지적했지만, 몰누피라비르 사용이 코로나19 새로운 변이를 만들거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경로와 속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라게브리오를 개발한 머크 사는 자사의 임상 데이터를 근거해 “몰누피라비르는 바이러스 복제를 손상하고, 바이러스 배출을 감소시켜 전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해당 보고서에 이의를 제기했다.
머크의 라게브리오는 2021년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특정환자를 대상으로 긴급사용 한 뒤 판매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국내에도 도입된 바 있다. 그러나 임상적 이점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유럽의약청(EMA)은 지난해 판매 승인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