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에 대해 정면 반박
잡음없이 후계 과정 마무리한 '자부심' 보인듯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역대 금융지주 수장들 가운데 박수칠 때 떠나는 몇 안되는 인물이다. 9년의 임기 동안 KB를 리딩금융 반열에 올려놓고 자리에서 스스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임기를 더 이어갈 수 있지만 후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용퇴’를 선택했다.
특히 KB가 탄탄한 지배구조를 바탕으로 외풍(外風) 없이 차기 회장 선임에 성공했기에 그의 퇴장은 더 아름다웠단 평가를 받는다. 최근 진행된 금융지주 회장 승계 절차 중 별다른 잡음 없이 진행된 곳은 KB 외엔 없다. 과거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던 KB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KB가 윤 회장의 퇴임을 기념해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올해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금융지주 회장 중 기자회견을 갖은 인물은 윤 회장이 유일하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윤 회장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간 회장이란 지위 때문에 꺼낼 수 없어 가슴속에 품고 있던 생각을 비로소 꺼내는 모습이었다.
윤 회장은 "지배구조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옳은지 고민해봐야 한다. 모든 회사가 한 프레임(틀)에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굉장히 큰 착각일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금융지주 회장들이 이사회를 장악해 ‘참호 구축’(회장이 자기사람을 이사진으로 선임해 연임하는 것)’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팩트와 픽션은 구분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이어 KB는 나름의 상황과 맥락 속에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했기에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아픔이 있었기에 저와 이사회는 최고경영자(CEO)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에 공을 들였다”며 “KB에 대해선 참호 구축이란 표현을 빼달라”고 했다.
금융지주를 포함한 모든 기업의 지배구조는 견제의 시선 속에 있어야 한다. 특정 인물이 이사회를 좌우하는 것은 주주, 임직원, 소비자 등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해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부실한 내부통제 체계를 운영해 대규모 횡령, 사모펀드 사태 등의 책임이 있는 금융지주 수장들이 임기를 이어간 점은 분명 비판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곳까지 싸잡아 비판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도 많다. 맥락 없는 비판은 오히려 ‘관치금융’을 불러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정부가 금융지주 CEO 인사 등 경영 전반에 깊이 개입하는 것은 해악이 크다는 점은 25년 전 외환위기 당시에 모두가 목격했다.
윤 회장의 발언은 KB의 노력을 제대로 알아줄 것을 ‘호소하는’ 목소리로 들린다. 더 나아가 국내 금융권의 큰 어른으로서 국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향한 획일적인 비판의견에 대해서도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자고 조언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윤 회장의 발언대로 지배구조에 대한 정답은 없을 것이다. 다양한 의견이 나와 무엇이 정말로 문제이고 문제가 아닌지 구분하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지배구조 발전에 있어 핵심일 것이다. 윤 회장의 이번 작심 발언은 국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과정에 있어 하나의 의미있는 의견이 될 것이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