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안, 명칭사용료 최대 한도 '두 배 상향' 항목 포함
'2조 순익' 농협은행도 자본건전성 관리 부담 커질듯

서울 서대문 NH농협금융지주 사옥 / 사진=NH농협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한 농협협동조합법 개정안에 농협계열사들이 중앙회에 내는 명칭사용료의 한도를 두 배로 늘리기로 한 조항이 포함돼 논란이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농협금융지주 아래 속한 계열사들은 실적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자본건전성을 관리하는 데 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정치권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법 개정안에 농협중앙회에 계열사들이 내는 농업지원사업비(명칭 사용료) 부과율 상한을 기존 1000분의 25(2.5%)에서 1000분의 50(5%)으로 인상하는 방안이 담겼다. 농업지원사업비는 농협법에 따라 농업농촌농업인 지원을 위해 농협중앙회가 농협은행 등 계열사로부터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농협금융지주와 아래 계열사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농업사업지원비는 농협의 금융 계열사들이 대부분 책임진다. 올해 중앙회의 계획에 따르면 전체 농업지원금(5434억원) 가운데 농협금융이 지불하는 금액은 90%에 달하는 4927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나머지 10%만 농협경제지주가 책임질 뿐이다. 

농협은 지난 2012년 신경분리(신용·경제사업 분리)를 단행해 신용(금융)사업부문은 농협금융지주로 분리돼 중앙회의 자회사로 설립됐다. 농협금융지주 아래엔 은행, 증권, 보험 등의 계열사들이 존재한다. 농협금융지주는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지 않기에 지주가 중앙회에 보내는 농업사업지원비는 은행, 증권, 보험 계열사들이 사실상 책임지는 구조다. 

농업사업지원비 한도가 올라가면 핵심 계열사 농협은행도 적잖은 부담을 느낄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은행은 한 해 2조원 가까이 순익을 거둬들이기에 실적 자체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문제는 자본건전성이다. 농협은행은 그간 낮은 수준의 자본건전성을 유지해 금융당국으로부터 몇 차례 지적받은 바 있다. 농협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단순기본자본비율은 4.8%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4%대를 기록한 곳은 농협은행이 유일하다. 

농협은행은 농업사업지원금 뿐만 아니라 배당금도 대규모로 중앙회에 보내기에 자본건전성을 개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중앙회로 보내는 배당은 농협은행이 대부분 책임지고 있다. 농업지원사업비, 배당 등 은행 외부로 빠져나가는 돈이 많다보니 농협은행의 자본비율이 쉽게 개선되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해에 농협은행이 지주로 보낸 배당금은 8650억원에 달했다. 한 해 당기순익의 절반 가까이를 배당으로 보낸 것이다. 농협금융지주는 은행이 보낸 배당금을 대부분 모기업인 중앙회로 다시 보낸다. 

생보·손보 계열사의 부담은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금융의 보험 계열사들은 실적도 많이지 않을뿐더러 자본건전성도 농협은행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이다. 농협생명·손보는 모두 올해부터 새롭게 도입된 새 자본건전성 제도(K-ICS·킥스)의 일부 항목 적용을 유예해주는 경과조치를 신청한 상태다. 새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면 충격이 크게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중앙회가 계열사로 보낸 1조1000억원의 지원금을 다시 거둬들이는 모양새가 될 가능성도 있다. 중앙회는 농협은행의 낮은 자본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초 1조1000억원의 자금을 농협금융지주에 투입한 바 있다. 지주는 이 자금을 전부 농협은행에 보냈다. 이 자금 덕분에 4% 초반대 수준의 단순기본자본비율을 그나마 4% 후반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번 법안에 대한 노조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당초 농협법 개정안의 뜨거운 감자는 농협중앙회 회장 연임이 가능하도록 한 조항이었다. 이는 사회적 반감이 컸기에 노조 입장에서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농업지원사업비 한도 상향 조항이 포함돼 있던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노조도 다급해졌다. 중앙회 회장 연임안과 달리 농업지원사업비 상향조정안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진하 금융노조 NH농협지부 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갑작스러운 100% 인상은 비상식적이다”라며 “농협 계열사 적자가 커져 농협 경영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번 법률 개정안은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기에 중앙회의 특별한 입장은 없다”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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