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중 AI 비중 9%에서 36%로”
“AI 투자 비중은 3배 확대”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인공지능(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SK텔레콤이 현재 17조원의 매출을 오는 2028년까지 25조원으로 높이겠단 목표를 제시했다. 이 중 AI 사업 매출 비중은 현재의 4배 수준인 36%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체 투자 중 AI 관련 투자 비중을 3배 수준으로 늘리고 ‘자강’과 ‘협력’의 투트랙으로 AI 사업을 추진한다.
26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서울 중구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를 중심으로 자체 경쟁력 강화와 전방위 협력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AI 컴퍼니’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유 대표는 ‘AI 인프라’, ‘AIX(AI 전환)’, ‘AI 서비스’ 등 3대 영역을 중심으로 한 ‘AI 피라미드 전략’을 발표했다.
유 대표는 “지난해 11월 챗GPT로 촉발된 초거대 AI 혁명으로 산업 전반의 골드러시가 시작됐다”며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이 AI 전쟁에 참전했다. AI 혁명이 플랫폼사업자엔 기회이자 위협일 수 있지만, 통신사에겐 무조건 기회이기 때문에 직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AI인프라-AIX-AI개인비서 등 ‘AI 피라미드 전략’ 발표
AI 피라미드 전략은 기술을 고도화하고 서비스를 만드는 ‘자강’과 AI 얼라이언스 중심의 ‘협력’ 모델을 피라미드 형태로 단계별로 묶어낸 전략이다.
먼저 피라미드 최하단인 AI 인프라 영역은 AI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멀티 거대언어모델(LLM) 등이 해당한다. SK텔레콤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절감을 돕는 액침냉각 시스템, 수소 연료전지 등의 에너지 솔루션을 도입하고, 사피온의 NPU와 하이닉스의 HBM 등을 묶어 더 높은 마진율을 내는 AI 호스팅 사업으로도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이같은 에너지 솔루션과 AI 호스팅 사업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의 글로벌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가 보유한 데이터센터 운영 역량과 기술, 글로벌 CSP와의 관계 등의 강점과 로컬 파트너와의 보유 부지, 클라이언트 관리 역량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확장에 나선단 게 회사의 설명이다. 국내 데이터센터 규모도 오는 2030년까지 현재의 2배 수준인 207메가와트(MW)로 확대한다.
SK텔레콤이 설립한 AI 반도체 전문기업 사피온은 경쟁사의 최신 추론용 모델 대비 연산 성능은 2배, 전력 효율은 1.3배 높은 차세대 추론용 AI 칩 ‘X330’을 올해말 출시한다.
SK텔레콤은 AI 기술 브랜드를 ‘에이닷엑스(A.X)’로 정하고 LLM 이름도 ‘에이닷엑스(A.X) LLM’으로 정했다. SK텔레콤은 자체 LLM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앤트로픽·오픈AI·코난테크놀로지 등 국내외 AI 기업의 LLM을 결합해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멀티 LLM 전략’을 추진한다.
피라미드 2층에 해당하는 AIX는 모바일, 브로드밴드, 엔터프라이즈 등 핵심사업 전반에 AI를 접목하고, 모빌리티·AI 헬스케어·미디어·애드테크 등 회사의 AI 역량을 인접영역까지 확장하며 가치를 높인단 전략이다.
마케팅과 고객센터에 AI를 접목하고, 네트워크 인프라를 AI 기반으로 운영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현재보다 약 20~30%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SK브로드밴드의 IPTV ‘Btv’는 ‘AI tv’로 진화시켜 TV가 개인을 식별해 개인화된 TV를 보여주는 ‘AI 큐레이션’과 AI 에이전트와의 대화를 통해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AI 홈’을 선보인다.
SK텔레콤은 기존의 비전 AI, 언어 AI, 빅데이터 AI 등 AI 솔루션에 멀티 LLM을 결합해 금융 고객 대상 AI 상담을 지원하는 AI컨택센터(AICC), 제조 중심의 데이터 플랫폼 사업을 확장한다. 생성형 AI 사업은 보안이나 특화 서비스가 니즈가 강한 공공, 금융 등 고객사엔 구축형을, 일반 기업 고객에게는 SaaS 기반 패키지형으로 구성해 본격 공략하겠단 구상이다.
유 대표는 “매출의 80~90%를 차지하는 핵심사업을 AI로 전환하겠단 것이다. 이같은 혁신을 통해 매출을 올리고, 설비투자비(CAPEX)와 운영비(OPEX)의 상당부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미디어나 헬스케어 등 많은 산업에 AI 혁명의 붐이 불고 있다. AIX란 전략적 방향이 맞다면 인수합병(M&A)을 통해 진출하고자 하는 전략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 “네트워크 투자회사로만 보지 말아달라”···AI 투자 비중 확대 계획
피라미드 최상단은 AI 개인비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선보인 한국어 LLM 서비스 ‘에이닷’을 1년여 만에 정식 출시한다. 회사는 에이닷을 ‘나만의 AI 개인비서’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에이닷은 이날 업데이트를 통해 이전 통화 내역을 바탕으로 전화할 사람을 추천하고, 통화 중 주고받은 내용을 AI로 분석해 정보 중심으로 통화 내용을 요약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동시에 통화 중 약속한 일정을 캘린더에 등록하거나 주소를 공유하는 등 필요한 작업으로 연결해준다. 또한, 통화 중 실시간 통역 등 AI 기능들을 순차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에이닷은 기상, 출근, 취침 등의 생활 전반 일상에 AI를 결합할 예정으로, 이달엔 AI 수면 관리, AI 뮤직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4개 언어의 통역을 지원하는 AI 통역 전화 기능은 올 12월 추가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내년 상반기 중 11개 언어로 확대한다.
SK텔레콤은글로벌향 AI 기반 개인 비서(PAA)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도이치텔레콤, e&, 싱텔 등과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결성했으며 통신사 특화 LLM과 인텔리전스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유 대표는 “OTT를 2~3개씩 구독하는 것처럼, 3년 뒤 AI 개인비서를 2~3개씩 쓰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AI 전쟁의 승부는 결국 개인비서에서 결정될 것이다. 과거엔 국내에서 서비스를 잘해서 해외로 가져가는 전략이었는데, 그게 생각보다 잘 안 먹힌다. 국내외 환경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처음부터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에이닷과 글로벌 서비스를 같이 만들어 출시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커버리지와 규모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전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최소) 한 개 통신사가 파트너가 돼 (이용자들이) 가는 곳마다 AI 개인비서 서비스 로밍이 실현되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이같은 전략을 통해 2028년 매출 25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SK텔레콤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17조3050억원이란 점을 고려하면, 목표 달성을 위해선 연평균 6.3% 이상 매출 성장을 기록해야 한다. 매출 중 AI 매출 비중은 기존 9%에서 36%로 4배 늘린단 계획이다. 이를 위한 AI 관련 투자 비중은 과거 5년(2019~2023년) 12%에서 향후 5년간(2024~2028년) 33%로 약 3배 확대하겠단 목표도 제시했다.
유 대표는 “향후 매출은 3가지로 구성될 것이다. 새로운 AI 서비스로 인한 수익과 기존의 돈 버는 방식을 기존 방식에서 AI로 바꿔서 AI 매출로 바꾸는 방식, M&A를 통해 신규 인수한 회사의 매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에서도 그렇고 네트워크 투자하는 회사로만 바라보고 있어서 조금 곤란하다”며 “네트워크 투자도 전후방 산업효과가 크지만, AI 투자효과는 더 크다. 전체 투자가 늘어나겠지만 무작정 늘 수 없다면 비중의 조정이 필요하지 않겠냐. 그런 관점에서 보면 AI 투자를 좀 더 많이 한다 해도 미래지향적 투자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