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이후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연체율 사상 최대치 경신
자본확충 시급해 IPO 절실하지만 투자유인 유효하지 않아
시장 상황도 비우호적···밸류에이션 하락하고 있어 자금조달 방안 난항
프리IPO 추진 관련 드래그얼롱 딜레마···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해법이 관건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분간 고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이 더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본확충이 시급해 기업공개(IPO)가 절실한 만큼 투자유인이 유효해야 하는데 대내외적으로 밸류에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금조달 방안을 놓고 케이뱅크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케이뱅크의 중·저신용대출 연체율은 4.13%로 집계됐다. 케이뱅크 출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21년 말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1%대를 유지했지만 하반기부터 상승해 올해 8월 말 기준 4.13%를 기록했다. 1년 전(2.80%)과 비교하면 거의 2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다른 인터넷전문은행들과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다. 같은 기간 토스뱅크는 3.40%, 카카오뱅크는 1.68%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저신용대출 비중을 높여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상 고금리 시기 건전성 관리는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이라는 인가 취지에 따라 매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를 충족해야 한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지난 8월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카카오뱅크 28.4%, 케이뱅크 25.4%, 토스뱅크 35.6%로 집계됐다. 3사 모두 연말 목표치(30%, 32%, 44%)에 미달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는 중·저신용대출 비중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와 맞물려 연체율은 향후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케이뱅크의 경우 기업공개(IPO)가 절실한 상황이다.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외부 자금을 유치하고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앞서 케이뱅크는 올해 초 상장을 계획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2분기 이후 9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후퇴한 상태다. 케이뱅크는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은 147억원으로 전년 동기(212억원)과 비교해 65억원(30.7%) 감소했다.
저조한 수익성 원인으로는 충당금이 주효했다. 케이뱅크의 충당금 적립액은 지난해 2분기 298억원에서 올해 2분기 603억원으로 305억원(102.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의 순이익 감소폭(212억원)보다 큰 규모다. 충당금은 대출 부실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은행이 미리 비용으로 처리해 두는 금액이다. 비용으로 처리돼 충당금을 많이 쌓으면 순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올해 들어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어느 때보다 충당금 적립액을 꾸준히 증액하고 있지만 향후에도 연체율이 지속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충당금을 쌓아 대비해야 한다는 관측이다.
설상가상 시장 상황은 케이뱅크에 우호적이지 않다. 은행업 성장성 및 수익성이 제한된 상황상 투자유인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기업금융, 가계대출과 관련해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상당히 늘고 있어 대내외적 금융산업의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이 들고 있는 전체 여신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대출을 가리키는 말로 통상 부실채권을 분류할 때 잣대로 쓰인다. 금융사들은 대출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케이뱅크는 유상증자 등 다른 자금조달 방안을 두고 관련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금확충을 위해 우선 프리IPO(상장 전 자금유치)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또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2021년 7월 단행한 1조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드래그얼롱 계약을 적용한 바 있다. 드래그얼롱이란 투자자가 자신의 지분을 매각할 때 대주주의 지분을 함께 매각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동반매각청구권이다. 결국 금융당국이 당시 1억2500억원 유상증자 중 7250억원은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유상증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자보호 수단인 드래그얼롱 등 조건을 원하겠지만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관련 선례 때문에 발생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해당 옵션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드래그얼롱을 빼고 프리IPO를 추진하자니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회사 기업가치도 2021년보다 절반 이하로 급락한 상황에서 자본금 유치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드래그얼롱을 붙이면 금융당국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붙이지 않으면 자금 유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케이뱅크가 해당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해법이 관건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