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큐어테라퓨틱스 c-MET 표적 비소세포폐암 비임상 분해제 후보물질, KDDF 과제 선정
이노큐어 "c-MET 증폭·과발현 위한 치료제 개발 진행 중 ···저해제 아닌 분해제 선보일 계획"
에이비온 "MET 엑손14 결실 변이용, 시중약물 있지만 안전성 뛰어난 베스트인 클래스 목표"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국내 기업이 항암제 내성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c-MET(간세포성장인자수용체) 변이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25일 이노큐어테라퓨틱스는 c-MET을 표적하는 비소세포폐암 비임상 분해제 후보물질이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주관 국가신약개발사업의 '신약 생태계 R&D 구축사업' 과제에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노큐어는 차세대 표적단백질 분해(TPD) 기술을 기반으로 c-MET 표적 분해제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개발해 왔다. 이번 KDDF의 지원하에 최종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임상 연구를 위한 신속한 임상시험계획서(IND) 승인까지를 목표로 한다.
c-MET은 상피간엽이행(MET) 유전자에 의해 발현된 단백질이다. 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 중 하나로 대표적인 암 유발 유전자로 꼽힌다. 폐암, 대장암, 위암, 간암 등 고형암 발생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MET 변이는 다른 항암 치료에 내성을 일으키고, 뼈·뇌등으로 전이되는 비율이 높아 예후가 좋지 않다. 비소세포폐암 발병 원인 중 6%는 c-MET 변이에 의한 것이다.
항암제 내성 해결이라는 측면에서도 c-MET 치료제는 주목받는다. EGFR(표피수용체)은 표피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관여하는 물질과 결합해 세포 안쪽으로 전달하는 단백질이다. EGFR에 변이가 생기면 표피성장인자가 결합하지 않았음에도 EGFR이 활성화돼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암을 발생시킨다. EGFR 변이는 주로 폐암을 발병시킨다. 이에 EGFR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인 EGFR 저해제가 등장했다.
블록버스터 약물로 자리잡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도 EGFR 표적항암제다. 3세대 표적치료제로, 1·2세대 표적치료제 사용 후 내성이 생겨 T790M 돌연변이가 생기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타그리소 역시 처방 환자에게 내성이 나타난다. 그중 하나가 c-MET 변이다. c-MET 변이가 발생하면 기존 항암제가 듣지 않게 되는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타그리소 치료 후 C-MET 변이가 발생한 환자를 위한 치료 방법은 아직 마땅하지 않다. 이에 해당 변이로 인해 생긴 내성을 막기 위한 저해제 개발이 진행 중인데, 바로 c-MET 치료제다.
비소세포폐암에서 c-MET 돌연변이는 3종류다. c-MET의 신호전달을 조절하는 Exon 14번 부위가 결실되어 신호전달이 지속되는 ▲MET 엑손 14 결실 (MET Exon 14 skipping), MET 유전자가 다량으로 증폭되어 신호전달이 조절되지 않는 ▲MET 증폭 (MET Amplification), 그리고 MET 단백질이 과발현되어 신호전달이 조절되지 않는 ▲MET 과발현 (MET Overexpression)이다.
이노큐어테라퓨틱스는 c-MET 증폭 및 과발현을 위한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비소세포폐암의 원인이 되는 c-MET 돌연변이 중, MET 엑손 14 결실은 승인된 치료제가 있지만, 증폭과 과발현을 위한 치료제는 아직 시중에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노큐어테라퓨틱스는 c-MET 표적 단백질을 분해해 이 분야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한다는 목표다.
이노큐어테라퓨틱스 대표는 “c-MET 저해제 중 엑손 14 결실과 관련한 치료제는 시중에 치료제가 나와있으며, 임상을 진행 중인 기업도 있다”며 “하지만 증폭과 과발현 분야에는 약물이 나와있지 않기 때문에 이노큐어테라퓨틱스가 선두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분해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타 c-MET 치료제는 저해제이지만, 이노큐어테라퓨틱스는 분해제로, 저해하는 것이 아닌 분해하는 기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비임상을 진행 중이며, 2025년 초에 임상 시험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에이비온도 c-MET을 표적으로 하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단백질 작동을 억제하는 약물로, MET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삼는 파이프라인 ‘ABN401’다. ABN401은 MET 엑손 14 결실 변이에 대한 치료제다. 에이비온은 해당 파이프라인을 가장 높은 발병률 및 사망률을 보이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우선 개발하고, 점차 적응증을 확장해 위암, 간암 등 여러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MET 엑손 14 결실 변이 치료제는 시중에 약물이 존재한다. 노바티스의 ‘캡마티닙’과 머크의 ‘테포티닙’이다. 두 약물은 모두 임상 2상을 마친 후 FDA로부터 혁신치료제 지정을 받아 각각 2020년, 2021년 허가를 획득했다. 에이비온은 이들 약물보다 안전성이 훨씬 개선된 치료제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10월 11일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되는 국제 임상학술회의인 '2023 AACR-NCI-EORTC'에서 'ABN401'의 임상 2상 중간 결과에 대한 포스터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에이비온 관계자는 “노바티스와 머크의 관련 약물은 모두 안전성이 좋은 약물은 아니다”라며 “노바티스의 임상 2상 승인 당시 데이터에서는 부작용 발생이 58%~60% 정도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약을 하루에 두 번 먹어야 하며, 빠르게 흡수되는 만큼 독성이 급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머크의 약물 역시 임상 2상 승인 당시 3등급 이상의 부작용이 35% 정도로 나타났다”며 “손발이 붓는 부종 등의 부작용도 발생하며, 부종 발생 시 투약을 잠깐 중단하게 되는데, 중단 시 암세포가 다시 커지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안전한 약물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설명이다. 그는 “에이비온의 ABN401은 임상 1상에서 3등급 이상의 부작용이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며 “우수한 안전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 2상에서 유효성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하반기 학회에서 임상 2상에 대한 자료를 마련하고 있다”며 “중간 데이터가 공개되며 유효성이 확인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뛰어난 안전성과 유효성으로, 퍼스트인 클래스는 아니지만 베스트인 클래스 신약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