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금리 상단 9개월 만에 최고
기준금리 밑돌던 정기예금 금리 4%대 진입
가계대출, 이달 들어서만 1조원 넘게 늘어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일부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연 7%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이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미국의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금리와 은행권 대출·예금 금리도 오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2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연 3.900∼6.469%으로 집계됐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금리 상단은 0.219%p 올랐고, 하단은 0.070%p 높아졌다. 신용대출 금리도 같은 기간 상·하단이 0.140%p씩 상승했다. 두 금리의 지표로 쓰이는 은행채 5년물, 1년물 금리가 각각 0.170%p, 0.140%p 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
주요 은행권의 변동금리는 연 4.270∼7.099%로, 지난달 말과 비교해 상단이 0.130%p 올랐다. 상단의 상승은 변동금리의 주요 지표금리인 코픽스가 아닌 시장금리를 반영하는 일부 은행의 조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은행채 금리는 미국과 한국 긴축 장기화 전망과 은행채 발행 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적(긴축 선호) 기조가 뚜렷해지자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지는 추세다. 국내 은행권에선 긴축 장기화뿐 아니라 정기예금 만기 도래 등의 영향으로 당분간 대출·예금 금리가 모두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금리(3.50%)를 밑돌았던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도 4%대로 반등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따르면 19개 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가운데 10개의 상품의 최고 우대금리는 4.00%를 넘는다. SC제일은행 'e-그린세이브예금'(4.20%), 전북은행 'JB 123정기예금'(4.20%), 제주은행 'J정기예금'(4.10%) 등이 해당된다.
이 같은 고금리 전망 장기화에도 가계대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계대출은 이달 들어서만 1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 21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4539억원으로 지난 8월 말보다 1조6419억원 늘었다. 가계대출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1조8759억원 늘어났다.
전체 은행권과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지난 4월 이후 이달까지 6개월째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과 금융권 가계대출은 각각 약 6조9000억원, 6조2000억원 늘었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2021년 7월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일각에서는 긴축 장기화와 고금리 상황에 가계대출이 불어나는 것에 대해 “금융 소비자들의 경계와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리 오름세는 당분간 꺾이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비용이 한동안 지난 10년처럼 거의 0%, 1∼2% 정도로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며 투자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