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법인에서 유상감자 후 인도법인 지분인수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 지분 99.9% 확보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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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미래에셋증권이 100% 자회사인 홍콩법인에서 유상감자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인도법인 지분 취득하면서 그동안 손자회사였던 인도법인을 자회사로 승격한다.

미래에셋증권의 이번 해외법인 지배구조 개편을 놓고 향후 인도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의지로 보는 분석이 우세하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100% 자회사인 홍콩법인 Mirae Asset Securities (HK) Limited은 전날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열고 2.69억달러(357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유상감자란 법인이 주주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주식을 소각해 자본을 줄이는 것이다. 주주는 배당처럼 소유 주식수에 따라 현금을 받는다. 법인이 주주에게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자본금을 줄이면 무상감자다.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은 이번 유상감자를 통해 전체 발행주식수의 16.8%에 해당하는 20억9500만주를 소각했다. 전체 발행주식수는 124억8000만주에서 103억8500만주로 감소했고 미래에셋증권은 3570억원을 국내 본사로 회수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날 또 다른 공시를 통해 3570억원을 인도법인 Mirae Asset Capital Market(India) Private Limited 지분 취득에 쓴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이 최득하는 인도법인 주식수는 19억5000만주(62.1%)다.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은 그동안 홍콩법인이 62.1%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고 미래에셋증권은 37.87%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미래에셋증권이 그동안 홍콩법인이 가지고 있던 인도법인 지분을 취득함으로써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은 미래에셋증권 손자회사에서 99.9% 자회사로 승격한 셈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번 지분변동 목적에 대해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 지배구조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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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속지주의 과세 체계를 가지고 있어 역외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으며 배당 등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도 거두지 않는 국가다. 이에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진출을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홍콩법인을 글로벌 진출의 전초기지로 삼고 꾸준히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려갔다. 특히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지난 2018년 홍콩으로 이동해 글로벌투자전략고문(GSO)을 맡고 현지에서 해외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8월 첫 홍콩법인 유상감자를 실시하며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당시 전체 발행주식수의 13.9%에 해당하는 20억1700만주를 소각해 2억5000만달러(3354억원)를 회수했다. 미래에셋증권 홍콩법인은 발행주식수가 144억9700만주에서 124억8000만주로 줄어들었고 자본금도 2조758억원에서 1조7870억원으로 감소했다.

미래에셋그룹은 인도법인을 홍콩법인의 대안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2018년 국내 증권사 가운데 최초로 인도법인을 설립했다. 올해 4월에는 브로커리지 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미래에셋증권 인도법인은 온라인 브로커리지 증권사로 성장하고 있다. 2022년 4월 온라인 리테일 플랫폼 서비스를 오픈했고 1년 4개월 만에 고객계좌는 43만개까지 늘어난 상태다. 신용공여 서비스 규모는 올해 8월 기준 700억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역시 최근 인도 대표 IT기업인 타타 컨설턴시 서비스와 인포시스, 위프로 등 주요 기업들에 대한 리포트를 발간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2006년 인도 뭄바이에 법인을 설립하고 2008년에 현지 1호 펀드를 출시했다. 현재는 인도 내 유일한 독립 외국자본 운용사로 현지에서 점유율 9위까지 올라선 상태다.

박현주 회장은 올해 1월 뭄바이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인도법인 15주년 기념행사에서 “인도는 높은 교육열과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높은 자존감, 영어 공용화 등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갖춘 나라”라며 “인도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오랜시간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은 미래에셋이 인도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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