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국토부, 통계 개입 의혹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국토교통부 산하 부동산 시세 정보를 담당하는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대한 신뢰도가 휘청이고 있다. 이전 정부 시절 부동산원에 대한 청와대와 국토부의 개입이 다수 있었다는 감사원 발표 영향이다. 매주 발표하는 부동산원의 시황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감사원은 전 정부 시절인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가 총 94회 이상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통계 작성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중간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재인 전 정부는 총 28회에 걸쳐 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집값 급등세가 이어지자 부동산원의 통계 발표 전 작성 중인 내용에 대해 사전에 보고토록 하고 집값 상승률을 왜곡하도록 했다는 게 감사원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2017년 5월 이후 5년간 서울 주택 가격은 부동산원 기준으로 19.46%, 민간 조사기관인 KB부동산 기준으로는 62.20% 오르는 등 통계 간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통계에 대한 개입을 차치하더라도 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발표에 대해 무의미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부동산원은 전주 화요일부터 해당 주 월요일까지 거래 현황을 조사해 매주 목요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발표해오고 있다. 표본주택 3만2900가구를 대상으로 변동 상황을 분석해 내부 시스템에 입력하면 검증 작업을 거쳐 최종 시세를 반영하는 식으로 산출된다.

이 과정에서 표본 실거래 사례가 있으면 실거래 가격을, 실거래 사례가 없으면 유사거래나 호가 등을 활용해 표본 가격을 산정한다. 실거래가 뿐 아니라 시세까지도 조사에 반영되다보니 호가가 시장을 좌우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택시장 상승기에는 거래량과 관계없이 부동산 호가를 높이려는 매도 희망자들의 주관이 반영되면서 집값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례로 올해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 전환된 시점을 보더라도 부동산원은 7월 셋째 주로 집계됐지만 KB부동산은 8월 둘째 주라고 밝혀 무려 한 달 가까이 차이난다. KB부동산은 6만2000여가구의 실거래를 조사하고 실거래가 없을 경우 공인중개사를 통해 가격을 반영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계약부터 잔금 납부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부동산 거래를 주간 단위 가격으로 공표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며 “되레 시장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간 통계를 통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공공기관의 지표는 필요하다는 입장도 있다. 주간 통계가 없다면 개개인이 시황을 파악하기 힘들 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 결과를 알기 위해 오랜기간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국토부는 당장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폐지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 통계를 폐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해야겠지만, 주식시장처럼 투명한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통계가 생산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엄격한 원칙과 그에 따른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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