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액 지난해 장부에 반영···작년 실적 감소
작년 대비 올해 실적 부진 정도 줄어들 전망

부산 남구 문현금융로 BNK금융지주 사옥 / 사진=BNK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BNK금융지주가 핵심 계열사인 경남은행의 대규모 횡령사태로 인해 ‘예상 밖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횡령사건으로 인한 손실액을 작년 재무제표에 반영하기로 한 탓에 올해 실적 부진의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BNK금융의 하반기 전망이 좋지 않은 만큼 횡령 사건으로 인한 뜻밖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경남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던 한 직원은 지난 2009년 5월부터 13년 간 총 2988억원의 금액을 횡령했다. 지난달 금감원이 파악한 피해액은 600억원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사고자가 최초로 PF 대출금을 손을 댄 이후 횡령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담당하던 다른 PF사업장 대출금 및 원리금 상환자금을 활용해 ‘돌려막기’ 한 탓이다. 

경남은행은 횡령사건으로 올해 입을 재무적 손실은 일단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로 경남은행의 당기순익에 영향을 줄 손실 규모는 435억원이다. 사고자가 돌려막기를 했기에 경남은행이 실제로 피해를 입을 금액은 적은 것이다. 이 가운데 360억원을 지난해 재무제표에 손실로 반영했으며, 75억원은 올해 2분기 장부에 우발채무로 인식했다. 우발채무는 미실현 손실이기에 당장 올해 실적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경남은행이 제시한대로 회계 처리를 하면 BNK금융의 전년 대비 올해 실적이 감소한 규모가 줄어드는 예상 밖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발채무를 제외한 손실로 인식한 360억원은 작년 당기순익에서 차감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BNK금융은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부진했다. 상반기 순익은 4602억원(지배지분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약 449억원(9%) 줄었다. 하지만 횡령 손실액을 반영해 작년 상반기 순익이 360억원 감소한다고 보면 올해 상반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89억원(2%)만 소폭 줄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올해 실적에 대한 평가 자체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남은 하반기에 BNK금융이 선전한다면 작년 대비 오히려 순익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올해 BNK금융의 하반기 전망을 고려해 봤을 때 이러한 효과가 결국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하반기에 예상보다 더 부진하면 결국엔 횡령 피해액을 고려하더라도 작년 보다 실적이 크게 줄어든 채로 올해를 마무리할 것이란 전망이다. 올 상반기 BNK금융은 비은행 계열사들이 부진한 가운데 그나마 은행이 힘을 내줘 실적 감소액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런데 부산·경남은행의 하반기 실적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은 수익성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이익 규모를 늘리려면 대출자산 사이즈를 키워야 한다. 이에 부산·경남은행은 하반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대거 늘리는 전략을 세웠다.  50년 만기 상품도 내놨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 추세가 문제라 보고 은행의 주담대 확대 전략에 제동을 걸었다. 부산·경남은행은 결국 50년 만기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주담대로 대출 자산을 늘리기 어렵다면 다른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하는데 이번 횡령건으로 그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내부통제에 치명적인 문제를 드러낸 상황에서 이익 확대를 위해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다가 다시 문제가 발생하면 더 큰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몸사리기'를 할 것이란 예측이다.  

BNK금융 관계자는 “금융사고 재발방지와 주주와 고객 여러분의 신뢰회복을 위해 강도높은 자구책과 쇄신안을 마련하고 있다”라며 “당국의 조사와 수사가 마무리 되는대로 정확한 손실액과 회사 재무에 미칠 영향 등을 주주와 고객들에게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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