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바이오텍, 면역항체 활용 치료제 개발 중 "바이러스 변이 대응에 특장점 있어"
제놀루션, RNA 유전자치료제 ‘허니가드-R액’ 농림축산 검역본부에 품목허가 신청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전세계에서 꿀벌 개체수가 급감하는 현상이 생기며, 각국이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2년 1분기 전국 양봉 농가의 약 220만 개 벌통 가운데 약 39만 개(17.2%)에서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집단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결책이 요구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은 꿀벌용 백신과 항체치료제 등의 개발에 나섰다. 

20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애드바이오텍과 제놀루션 등이 꿀벌 낭충봉아부패병 극복을 위해 나섰다. 애드바이오텍은 지난 19일 꿀벌 낭충봉아부패병의 병인체인 색브루드(Sacbrood)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 항체 개발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낭충봉아부패병(SBV)은 꿀벌 유충이 번데기로 변태하기 전 말라 죽게 만드는 병이다. 병에 걸려 죽은 유충이 물주머니와 비슷한 형태로 부패하는 모습에서 병명이 유래했다. 토종벌 유충이 부패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치료제가 없어 바이러스 감염 시 벌통을 소각해야 한다. 유충의 발생 초기인 봄에 많이 발병하며, 2009년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발병이 확인된 후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관련 바이러스의 발발로 40만개에 달했던 전국 벌통 수가 현재 10만여 개로 감소했다. 보고된 국내 피해액은 100억 원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아시아 타 국가에서도 1500억 원 이상의 피해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중국, 인도, 베트남, 태국 등 여러 국가에서 낭충봉아부패병 발생하면서 동양종 꿀벌군집의 90% 이상이 폐사했다. 

./자료=각 사, 표=정승아 디자이너
./자료=각 사, 표=정승아 디자이너

 

이에 국내 기업은 관련 제품 상용화에 힘쓰고 있다. 애드바이오텍은 낭충봉아부패병 항체 제품 개발에 나선다. 관련 항체 제품은 전세계적으로 개발된 사례가 아직 없다. 애드바이오텍은 색브루드 바이러스의 외막인 VP1·VP2·VP3을 인지할 수 있으며, 결합력이 우수한 ScFv 항체를 선발·발굴할 계획이다. 

선발된 ScFv는 색브루드 바이러스 외막에 결합해 바이러스를 중화시킨다. 꿀벌 유충에 대한 감염을 차단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색브루드 바이러스에 직접 작용해 항바이러스 효과를 발휘한다는 설명이다. 

애드바이오텍은 연내 물질을 발굴하고, 가장 좋은 재조합 항원을 찾은 후 닭에 접종해 항체를 확보할 예정이다. 항체 확보 후 내년 초 낭충봉아부패병이 창궐할 시기에 맞춰 색브루드 바이러스 증식 억제 검증 시험을 진행할 계획으로, 내년 상반기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한다. 

애드바이오텍 관계자는 “백신 치료제가 아닌 애드바이오텍의 면역 항체를 활용한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항체는 바이러스가 항체의 머리 부분에 결합해서 작용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변이하면 항체가 바이러스에 대응을 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었다”며 “반면 애드바이오텍의 ScFv 항체는 머리 쪽이 아닌 줄기 부분에 작용함으로써 바이러스가 아무리 변이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떤 바이러스든 변이에 대응이 용이한 특장점을 지닌 항체”라고 덧붙였다. 

개발 배경에 대해서는 꿀벌 수 급감이라는 전세계적 문제 대응을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와 해외서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데, 국내 꿀벌 수 급감의 원인 중 하나가 SBV에 의한 것이라는 판단이었다”며 “바이러스 변이에 대응이 용이한 치료제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 개발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후보 항체 발굴 단계이며, 내년 상용화가 목표라는 설명이다. 

제놀루션은 SBV를 치료하기 위한 RNA 유전자치료제 ‘허니가드-R액’을 선보였다. 현재 농림축산검역 본부에 국내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지난 3월 허니가드-R액의 임상을 마쳤으며, 빠르면 연내 품목허가 획득을 기대하고 있다.

허니가드-R액은 농림축산검역본부 세균질병과의 연구개발 과제로 개발됐다. 낭충봉아부패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할 수 있게 설계된 RNA를 주성분으로 한다. 꿀벌 유충에 RNA를 넣어 SBV 바이러스 발현을 막는 기전이다. 

제놀루션 관계자는 이에 대해 “농림축산검역본부 과제로 개발된 국가 특허의 약”이라며 “검역본부에서 꿀벌 관련 질병이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에 국가에서 정부 과제로 진행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놀루션의 치료제 허니가드-R액이 꿀벌 몸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해당 바이러스가 후에 꿀벌 몸속에 들어오게 됐을 때 합성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기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에서 RNA를 활용한 동식물용 치료제를 개발 중인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제놀루션의 제품이 품목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임상 결과를 검역본부 측에 제출했으며, 기관의 허가를 기다리고 있는 만큼 허가 시기에 대해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제놀루션은 허니가드-R액의 품목허가 시 치료제를 토종벌 농가에 신속하게 보급할 계획이다. 품목허가를 통해 토종 봉군수를 증가시키고, 꿀벌 집단 폐사 발생 등의 상황을 안정화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란 기대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시장 진출 계획도 있다. 

한편 꿀벌 개체수 감소 문제는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파괴의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전세계적 문제로 대두됐다. 꿀벌은 수분과 작물 생산을 돕는 역할을 하는데,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 활동으로 생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의 식량 안보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도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해충·말벌·살충제 남용 등이 꿀벌 실종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 추측한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2006년 이후 매년 평균 28.7%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으며, 유럽·남아프리카·중국 등에서도 벌집이 집단적으로 사라지는 현상이 보고됐다. 이에 따라 각국은 관련 대책을 내놨다. 미국 정부는 2016년 세계 최초로 꿀벌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했다. 지난 1월 미국 농무부는 세계 최초로 세균성 꿀벌 전염병을 예방하는 꿀벌용 백신사용을 허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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