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민간투자심의위 통과 불발
서울시 제안 원가상승 반영안 보류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위례신도시 주민들의 숙원사업인 ‘위례~신사 간 도시철도’(위례신사선)이 또다시 지연될 위기에 처했다. 사업비 산정 문제로 기획재정부 민간투자사업 심의를 통과하지 못하면서다. 착공을 위한 필수 절차부터 삐걱거리면서 사업 지연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기재부는 전날 열린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에서 서울시의 위례신사선 실시협약안에 대해 총사업비 산정 방식을 개선한 뒤 재상정해 처리하기로 했다. 위례신사선은 추진 조건을 두고 기재부와 서울시 간 이견이 있어 의결 여부에 이목이 쏠렸다. 서울시는 위례신사선의 주무관청이다.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남구 신사역(3호선·신분당선) 구간 14.7km을 11개역으로 경전철로 잇는 도시철도계획 사업이다. 2008년 2기 신도시로 건설된 위례신도시의 광역교통개선대책의 일환으로 계획됐다. 2018년 민간적격성조사를 완료하고 2020년 GS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서울시는 2028년 개통 목표로 하고 있는데 공사기간이 5년 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내년 초엔 첫 삽을 떠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민투심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사업 지연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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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이 되는 부분은 총사업비 산정 방식이다. 기재부와 서울시는 위례신사선 총사업비 산정 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어 왔다. 서울시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기 전 최초 총사업비 산정 기준 시점부터 준공 시까지 주요 자재값의 변동이 있을 경우 일정 수준 초과분에 대해 총사업비를 조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사업 제안 이전인 민자적격성 조사 시점 당시부터 자재값이 오른 것을 보전해 달라는 것이다.

위례신사선 사업은 2015년 불변가로 총사업비가 책정됐다. 민자사업 총사업비는 변경 관련 기준이 있지만 적용 사례가 없어 사실상 불변가격으로 고정돼 있다. 하지만 2021년 이후 자재값이 폭등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올해 4월 GS건설 컨소시엄과 실시협약을 맺으면서 ‘건설기간 중 물가 변동률을 현저하게 상회하거나 하회하는 공사비 등의 변동’, ‘불가항력 사유로 총사업비가 증감되는 경우’에 해당하면 공사비 증액을 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서울시 협약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위례신사선 준공 시점까지 총사업비가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사업비가 정확히 나와야 하는데 서울시의 협약안은 준공이 끝나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총사업비에 반영하는 자재값 상승분의 산정 기간이 길어 정부와 지원하는 금액이 계속해서 변동될 수 있고 이용자들의 사용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례신사선 사업은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위험분담형(BTO-rs)으로 추진되고 있는데 총사업비 50%를 건설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총사업비가 달라질 경우 정부의 건설보조금도 달라질 수 있다.

기재부는 공사비 상승분 일부를 총사업비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민간투자사업 기본계획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총사업비 조정 대상을 공사기간(실시협약부터 준공까지)으로 한정했다. 서울시와 민간사업자 입장에선 급등한 자재값을 보전할 만한 장치가 사라지는 셈이다.

다만 기재부가 실시협약 체결 전에 증가한 공사비의 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전문기관의 검토를 거쳤다면 인정해 주기로 하면서 사업이 완전히 좌초되는 일은 피했다. 일각에선 실시협약안이 다음 심의에서 통과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재부가 새로운 안에 대한 검토 의사를 나타내면서 사업이 무산되는 최악의 경우는 피했다”며 “서울시와 민간사업자가 기재부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기관의 중재로 예상보다 빨리 실시협약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위례신도시 사업이 지지부진한 탓에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위례신도시 입주 당시 광역교통시설부담금으로 가구당 평균 1400만원을 냈지만 위례신사선을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15년 넘게 이어지고 있어서다. 주민들은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등 위례신사선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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