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알려진 562억원 5배 이상 많은 규모···사상 최악 횡령 사고 오명
금융감독원, 엄정 대응 예고···여신·인사관리·사후점검 등 내부통제 절차 전반 미흡
BNK경남은행·BNK금융지주 책임 물을 듯···내부통제시스템 실효성 지속 높여 나갈 것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BNK경남은행에서 발생한 직원 횡령 사고 규모가 3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존에 알려진 500억원대를 훨씬 뛰어넘는 액수로 사상 최악의 횡령 사고라는 오명이 남게 됐다. 금융감독원이 엄정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당국은 내부통제 기능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 기인해 BNK경남은행 뿐만 아니라 지주사인 BNK금융지주도 관련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20일 금융감독원은 BNK경남은행 횡령 사고 관련한 현장 조사 결과 투자금융부장 A씨가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약 13년 간 총 2988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8월 초 금융감독원이 초기 검사에서 확인한 562억원의 다섯배를 뛰어넘는 금액으로 금융권은 물론 기업에서 발생한 횡령 사고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금융감독원 검사에 따르면 해당 직원은 장기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해오면서 허위 대출을 취급하거나 대출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횡령했다. 지난 2009년 5월. 유형별로 살펴보면 대출금 횡령은 2012년 12월부터 2022년 7월 사이에 5곳의 사업장에서 13번에 걸쳐 총 1023억원을 횡령했다. 대출 원리금 상황자금 횡령은 2009년 5월부터 2022년 5월 사이에 16곳의 사업장에서 64번에 걸쳐 총 1965억원을 횡령했다.
A씨는 최초 횡령 이후 본인의 횡령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담당하던 타 PF사업장 대출금 및 원리금 상환자금을 반복적으로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반복된 횡령으로 경남은행이 입은 순손실 규모는 59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거액 횡령사고가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에 기인했다고 판단했다. 실제 BNK금융그룹은 지난 2014년 경남은행의 지주 편입 이후 고위험 업무인 PF 대출에 대해서는 점검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BNK경남은행에 대한 지주 자체검사의 경우에도 현물 점검 외 본점 사고예방 검사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경남은행의 경우 PF대출 업무 관련 대출금 지급 등 여신관리, 직무분리 등 인사관리, 사후점검 등 내부통제 절차가 전반적으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대출금 지급시 대출약정서에 명시된 정당계좌를 통해서만 대출금이 지급되도록 통제하는 절차가 없었다. 대출 상환 시 업무처리 절차(상환 업무 처리시 확인해야 하는 서류의 종류 및 방법 등)를 규정하지 않았으며 대출 실행 또는 상환시 해당 내용에 대한 차주 통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A씨가 15년간 동일 부서에서 PF대출 업무를 담당하고 본인이 취급한 PF대출에 대해 사후관리 업무까지 수행하는 등 직무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도 지적됐다. 아울러 고위험업무인 PF대출 취급 및 사후관리 업무에 대한 명령휴가는 한 번도 실시되지 않았다.
문서관리의 적정 여부 및 정리채권 이관의 적정 여부 등도 자점감사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여신승인조건과 약정내용 일치여부, 대출집행·인출절차 적정 여부 등 자점감사 대상으로 규정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유 없이 감사를 실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감사해 장기간 횡령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도 금융당국은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은 횡령 금액 사용처를 추가 조사하고 검사 결과를 토대로 확인된 A씨는 물론 관련 임직원의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 엄정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금융권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횡령 사고와 이번 사고의 규모를 감안할 때 금융당국이 BNK금융지주와 BNK경남은행을 '본보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장검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사 당국과 관련 내용을 공유하는 등 실체 규명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지난해 발표된 내부통제 혁신방안의 철저한 이행을 지도하는 한편 이번 검사결과와 은행권 내부통제 자체 점검결과 등을 기초로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시스템의 실효성을 지속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