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건설사 도시정비 수주총액 10조원대···작년 1위 현대건설, 9조원대서 1.5조원대로 털썩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건설업계에서 정비사업 일감 확보를 위한 쟁탈전이 사라졌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홍보요원까지 대거 투입해 혈투를 벌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일감 확보도 단독입찰을 통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많고, 응찰 자체가 줄어들다보니 10대건설사 대부분의 도시정비 수주총액은 예년대비 대폭 급감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준 국내 10대건설사의 도시정비 수주총액은 총 10조904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총 40조8387억원의 일감을 확보했던 것에 견주어보면 반의 반토막이 난 수준이다. 특히 작년 한 해 동안 9조원 이상의 수주고를 확보한 현대건설의 경우 올해는 현재까지의 수주액이 1조5804억원에 그칠 정도로 큰 폭 쪼그라들었다.
다른 건설사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7조1000억원대의 도시정비 일감을 확보했던 GS건설은 올해 1조4400억원에 그쳤다. 5조2700억원 수준의 수주고를 쌓은 대우건설의 수주금액은 올해 8300억원대에 머물렀다.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상승하고, 부실시공 논란 등에 따라 사업 추진 동력이 약해지면서 건설사들도 수주에 소극적으로 나선 영향이다.
그나마 업계에서는 연내에 시공사를 선정하는 알짜 사업지에 눈길을 두고 있다. 공사비 총 1조원 규모의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은 연내에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해 이달 중순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여기에는 일찍부터 물밑작업을 벌여온 삼성물산과 GS건설을 비롯, 포스코이앤씨, 호반건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금호건설 등 총 7개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근래 들어 현장설명회에 한 곳도 참석하지 않아 유찰되는 경우가 있는데 노량진1구역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시공사 상당수가 1군이라는 점, 입찰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현장설명회 참석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 업계는 더욱 의미를 두고 있다. 조합은 가능한 각 시공사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해달라고 강조했다. 참석 건설사 중 하이엔드 브랜드를 가진 회사로는 현대건설(디에이치), 포스코이앤씨(오티에르), 호반건설(써밋)이 있다.
비슷한 시기 과천주공10단지도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있다. 당초 이곳에서는 삼성물산과 DL이앤씨가 대결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DL이앤씨가 해당 사업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롯데건설이 관심을 두고 있어 양강구도가 기대되는 곳이다. 과천10단지는 과천 일대 주공아파트 12개 단지 가운데 재건축 마지막 주자로, 서울 강남구로의 접근성이 좋아 준강남권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두 곳을 제외하고는 수도권에서 연내에 시공사를 경쟁을 벌이며 시공사를 선정하는 정비사업장이 사실상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말인즉, 정비사업 수주액도 지금보다 큰 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중구 신당 9구역 재개발 조합은 3.3㎡당 공사비로 840만원을 내걸었지만 입찰 참여자가 없어 유찰됐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 수주액은 브랜드 평판과 직결되는 지표로 활용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그간 높은 순위를 선점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하지만 근래에는 지금 당장 조합과 공사비를 정해도 착공 시점에서 공사비 증액 여부로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섣불리 수주에 나서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