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취급 저축은행 31곳 중 14곳 저신용자 대상 대출 취급 중단
1년 새 저신용 대출 취급 중단 저축은행 9곳→14곳 늘어
조달금리 상승 여파···저축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 4% 넘어서

저축은행 저신용자 신용대출 취급 현황/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저축은행 저신용자 신용대출 취급 현황/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저축은행 업계가 저신용자 대상 대출 취급을 줄여가고 있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조달 비용 부담이 가중되자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걸어 잠근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한 저축은행 31곳 중 14곳은 신용점수 600점 이하인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내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의 절반가량이 저신용자 대상 대출 취급을 중단한 셈이다.

작년 8월에는 35개의 저축은행에서 가계신용대출을 취급했으며 이 중 신용점수 600점 이하의 저신용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곳은 9곳에 불과했다. 1년 만에 저신용자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저축은행 비중이 25.7%에서 45.2%로 급증한 것이다.

가계신용대출 취급 규모도 눈에 띄게 줄었다. 저축은행 중 신용대출을 3억원 이상 신규 취급한 곳은 지난해 8월 34곳이었으나 올해 8월에는 28곳으로 6곳이나 줄었다.

저축은행이 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조달비용 상승 탓이다. 연초 3%대로 떨어졌던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2분기부터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최근 4%대를 넘어섰다.

실제로 이날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는 4.17%로 집계됐다. 3월 말 기준 해당 금리가 3.77%였던 것과 비교하면 6개월여 만에 0.4%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예금 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저축은행의 조달비용 부담도 불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자산 기준 상위 10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페퍼·애큐온·다올·상상인·신한·모아)의 이자비용은 1조41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393억원)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저축은행은 은행과 달리 자금조달 창구가 예·적금으로 한정된 탓에 수신금리가 높아지면 조달비용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 조달비용이 늘어나면 대출 원가가 상승하는 만큼 대출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지만 저신용자 대출은 이미 법정 최고금리인 20%에 가까운 높은 금리를 적용받고 있어 조달비용 증가분만큼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

결국 역마진을 감수하고 대출을 내주기보다는 저신용자 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것이 수익성 관리에 유리하다는 것이 저축은행 업권의 판단이다.

올해 들어 저축은행의 연체율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점도 저신용자 대출절벽 심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총여신 연체율은 5.33%로 지난해 말(3.41%)보다 1.92%포인트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같은 기간 4.08%에서 5.61%로 1.53%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높은 금리로 유치했던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다음 달부터 몰려 있어 예금 지급을 위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며 “저신용자 대출 공급이 확대되려면 결국 조달금리가 떨어지면서 대출 원가가 낮아져야 하는데 최근 시중은행에서도 예금 금리를 상향하는 등 수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 예금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저축은행 업권 전반의 연체율도 계속 악화되는 추세라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도 저신용자 대출 취급을 확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