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조, 사측 제시안 찢으며 교섭 결렬···“요구안 완전 쟁취 위해 투쟁 전개할 것”
GM·르노 잠정합의안 마련했지만 조합원 투표서 부결···임금 인상 수준 만족 못해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기아, GM한국사업장, 르노코리아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3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가 앞서 역대급 인상안에 합의한 가운데, 이들 노조도 더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사는 지난 14일 열린 10차 본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교섭이 결렬됐다. 이날 교섭에서 홍진성 노조 지부장은 사측의 1차 제시안을 찢어버리고 지부교섭단과 함께 퇴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기아 노조는 올해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작년 영업이익의 30% 성과금 지급, 정년 연장, 신규 인원 충원, 주 4일제 도입 및 중식 시간 유급화, 신공장 확대 등을 요구했다.
지난해 기아 영업이익은 7조2331억원이며,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금은 2조1699억원 수준이다. 기아 노조는 임금 인상안 뿐 아니라 정년 연장, 신규인원 충원 등 별도 요구안에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핵심조항은 비켜가고 임금과 성과금으로 겉만 포장한다면 노조는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며 “요구안 완전 쟁취를 위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GM한국사업장의 경우 지난 8일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노조 찬반 투표에서 부결됐다. 노사는 기본급 7만원 인상 및 성과급 등 1000만원 지급에 합의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일시금 500만원을 비롯해 성과급 250만원, 격려금 250만원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지난 12~13일 열린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59.1%가 반대표를 던져 최종 부결됐다.
르노코리아 노사도 지난 7월 1차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노조 투표에서 과반수가 반대해 부결됐다. 이후 노사는 지난 15일 8차 교섭 끝에 새 잠정합의안에 합의했다. 앞서 노사는 기본급 10만원 인상, 타결 일시금 250만원, 생산성 격려금 100만원, 노사 화합 비즈 포인트 20만원 지급 등에 합의한 바 있다.
이번 재교섭에선 격려금 20만원과 비즈포인트 11만원 추가 지급, 영업사업소 수익성 개선 및 유지를 위한 노사 공동노력 약속 등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2차 합의안에는 기본급 10만원 인상, 일시금 270만원과 격려금 100만원, 노사화합 비즈포인트 31만원 지급 등이 포함됐다.
노조는 오는 19일 투표를 열고 가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GM과 르노 노조 내부에선 잠정 합의한 임금인상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GM과 르노 모두 흑자전환한 점을 고려해 임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현대차 노조가 역대급 인상안에 합의한 점도 이들 노사 협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1만1000원 인상, 성과급 400%+1050만원 등에 합의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현대차 대비 GM과 르노 영업이익 개선세를 고려하면,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현대차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7% 늘어난 9조8198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첫 9조원을 넘겼다. 매출은 142조4275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신기록을 경신했다. 또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도 사상 최고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연간 영업이익 14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비해 GM은 영업이익 2766억원을 달성하며 간신히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GM이 흑자를 기록한건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영업이익률도 3% 수준에 그쳤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1848억원을 기록하며 3년만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 신차 부재로 인해 판매가 급감하고 있어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올해 1~8월 르노 판매는 7만8096대로 전년대비 25.2%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