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인버스 ETF, 출시 후 460억원 넘는 순매수
미국 빅테크 인버스도 등장···반도체도 비슷한 상품 나올 수도
“헤지 수요 높아진 것에 반응”···공매도 자극 우려도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테마형 ETF(상장지수펀드)가 올해 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기초지수의 상승이 아닌 하락에 투자하는 인버스 상품이 연이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2차전지와 미국 빅테크 등 올 들어 가파르게 상승했던 테마들이 그 대상이 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이들 섹터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KBSTAR 2차전지TOP10인버스(합성)’ ETF는 지난 12일 증시 상장 이후 이날까지 461억원의 개인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 상위 5위에 해당한다. 새롭게 출시된 ETF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매수세로 평가된다.
이 ETF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2차전지 인버스 ETF라는 점에서 시장 관심을 모았다. 이 ETF는 NH투자증권이 산출 및 발표하는 ‘iSelect 2차전지 TOP10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는데 기초지수가 하락할수록 성과가 좋아지는 인버스 상품이다. 최근 출시된 2차전지 ETF는 2차전지 종목이 상승할 때 수익률이 높아지는 상품 위주였다.
테마형 ETF에서 인버스 상품이 나온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12일 미국 빅테크 기업에 집중투자하는 ‘ACE 미국빅테크TOP7Plus’ ETF를 출시했는데, 이와 함께 레버리지 상품인 ‘ACE 미국빅테크TOP7Plus레버리지(합성)’ ETF와 인버스 상품인 ‘ACE 미국빅테크TOP7Plus인버스(합성) ETF’도 함께 선보였다. 3개 ETF를 통해 빅테크 기업 주가의 상승과 하락을 모두 대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동안 테마형 ETF에서 인버스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흐름이 눈길을 끈다. 인버스 ETF는 주로 증시 대표 지수나 원자재, 채권 ETF에서 나오던 상품이었다. 특정 섹터에 투자하는 테마형 ETF는 해당 섹터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투자자를 타깃으로 했기 때문에 롱온리(Long only·매수 위주) 전략이 일반적으로 자리 잡았었다.
그러다 올 들어 특정 업종들을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헤지 수요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업종 순환매 장세가 극단적으로 펼쳐지면서 투자자들은 높은 변동성에 노출된 상황”이라며 “해당 업종이 하락세를 보일 때 위험을 회피할 수단이 마땅찮다는 점에서 관련 상품 출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테마형 인버스 ETF에 대한 수요가 일부 확인됐다는 점에서 테마 대표 인버스 ETF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도 벌어질 전망이다. 이미 다른 업종을 대상으로 한 ETF 출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인 테마가 반도체로,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이 반도체 업종을 대상으로 한 양방향 상품을 검토 중이다.
한편 일각에선 공매도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불만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시장 규모가 큰 대표 주가지수나 원자재, 채권과는 달리 특정 종목들로 이뤄진 테마 ETF의 경우 인버스의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에 테마형 ETF의 인버스 상품 출시가 대세 트렌드로 자리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