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JKL, 매각작업 '시동'···내년까지 완료할듯
롯데손보, 장기보험 늘려 이익 증가···몸값↑
금융지주, 외형확장 전략에 의문···흥행 변수

/자료=롯데손해보험,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최근 매각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손보는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 확대로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서 실적이 크게 늘어났기에 매각이 공식화되면 다수의 금융지주 등이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최근 금융지주들이 외형 확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실제 매각이 흥행할지는 미지수란 관측도 제기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최대주주 JKL파트너스는 최근 롯데손보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JKL은 지난 2019년 롯데손보를 품에 안았다. 업계에서는 펀드 만기를 고려하면 내년까지는 매각을 완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JKL은 롯데손보의 지분 77%를 소유하고 있다.    

롯데손보 매각이 공식화되면 KB를 제외한 주요 금융지주들이 모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신한금융은 KB와의 격차를 줄이려면 손보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KB손해보험의 실적이 크게 늘어나면서 신한은 보험 계열사 실적에서 KB에 4000억원 넘게 뒤졌다. 하나금융도 규모가 작은 디지털 손보사만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보험 계열사가 아예 없다. 이 밖에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교보생명도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손보는 손보사 가운데 가장 가치가 높은 매물로 꼽힌다. 현재 잠재 매물로 꼽히는 곳은 롯데손보와 MG손해보험 정도다. 그런데 MG손보는 대주주인 JC파트너스와 금융위원회와 법률 다툼이 이어지고 있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심 판결에선 금융위가 승소했지만 JC는 항소를 결정한 상황이다. 더구나 MG손보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만큼 재무건전성이 좋지 못하다. 

롯데손보는 JKL이 새 주인이 된 후에 장기보장성보험 판매 확대에 집중했다. 롯데손보는 퇴직연금 비중이 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손보사로 꼽혔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서는 장기 보장성 보험을 많이 판매해야 보험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손보는 판매 조직을 확대하고 사업비를 늘려 보장성 보험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 나선 것이다. 

롯데손보의 전략을 현재까지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6월 말 기준 롯데손보의 보험계약마진(CSM)은 1조9634억원이다. 손보사의 CSM 상각률이 10%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연간 1800억~1900억원의 보험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CSM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을 통해 미래에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추정치다. 보험사는 CSM 중 일정비율 씩 한해 보험영업이익으로 실현한다. 

다만 올해 3분기부터 금융당국이 정한 손해율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야 하는 점은 변수다. 이를 적용하면 대부분의 손보사들의 CSM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롯데손보는 올 상반기 예실차 이익이 약 280억원 정도 발생했기에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충격은 적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예실차는 예상보험금·사업비와 실제로 발생한 보험금·사업비의 차이를 말한다. 이 값이 플러스가 나와 이익을 본다는 의미는 그만큼 손해율 가정을 보수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지주들이 최근 이익 확대나 조직 확장에 대한 소극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는 점도 매각 흥행을 가를 요인으로 꼽힌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최근 창립 22주년 행사에서 “실적이 빠르게 늘지 않더라도 정도경영을 추구해야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취임 직후 열린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도 자산 확대 경쟁을 지양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선 신한이 M&A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최근 “증권사 인수는 계속 추진하겠지만, 보험사와 카드사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우리금융은 최근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해 중소기업 대출을 크게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중소기업 대출이 확대되면 그만큼 M&A를 위한 자본 여력은 줄어들기에 보험사 인수는 그룹 전략에 있어 나중 순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은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KDB생명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인 점이 문제다. KDB생명을 품에 안으면 롯데손보 매각에 참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일부 금융지주가 M&A에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결국엔 실적 경쟁을 위해선 비은행 계열사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본다"라면서 "매각 가격에 대한 이견만 좁히면 생보사들과 달리 손보사들은 새 주인을 찾기 좀 더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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