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원생명과학, 수백억 유상증자 계획 차질
지난 6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24억 수혈
"코로나19 , 철 지나" 성장동력 부재 우려↑

[시사저널e=최다은 기자] 진원생명과학의 재무구조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임상시험에 필요한 운영자금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보유 현금도 메말라 가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상업화 가치가 없는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정리한 가운데 성장동력이 부재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진원생명과학은 시설 운영자금 등의 자금조달 목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2200만주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한 뒤, 1990만8427주를 무상증자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당초 회사는 유상증자로 818억 4000만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진원생명과학이 지난 17일 정정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번은 금감원의 세 번째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다.

진원생명과학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21억원이다. 단기기타금융자산을 포함하면 약 89억원으로 추산된다. 회사가 연구개발비로 연간 100억원 이상을 지출한 것을 감안하면 당장 임상에 쓸 수 있는 여유자금은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진원생명과학의 연구개발비는 2019년 59억원에서 2020년 84억원, 2021년 114억원, 지난해 약 121억원으로 매년 늘어났다. 진원생명과학은 19년째 적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진원생명과학은 대규모 유상증자 추진에 제동이 걸리면서 운영 및 임상 자금이 바닥나자, 지난 6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목적은 운영자금 마련이다. 24억6900만원 규모다.

진원생명과학 주요 임상 중단 파이프라인./ 표=정승아 디자이너
진원생명과학 주요 개발 중단 파이프라인./ 표=정승아 디자이너

현재 진원생명과학의 연구개발 1순위는 코로나19 백신 ‘GLS-5310’과 코로나19 치료제 ‘GLS-1027’이다. GLS-5310의 경우 한국 임상 1·2a상을 마치고 데이터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선 추가접종(부스터샷) 임상을 진행 중이다. 먹는 약으로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GLS-1027도 임상 2상 결과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이미 철이 지났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진원생명과학처럼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셀리드 역시 최근 유상증자에서 주주우선공모 청약과 일반공모에서 모두 부진한 청약률 기록한 바 있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시장 관심이 줄어들면서 투자자들의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진원생명과학도 주력 연구가 코로나19 관련 신약이라는 점에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흥행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하던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 관심은 진작 사그라들었다”며 “3상도 아니고 2상이면 상업화까지 수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상업화되더라도, 매출이 제대로 나올지도 미지수”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진원생명과학이 개발해오던 다수의 파이프라인은 임상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7일 진원생명과학이 발간한 증권 보고서에서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파이프라인을 제외한 대다수의 임상은 초기 단계에서 개발을 멈춘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는 임상 중단에 대해 상업화 가치가 없거나, 시간과 연구비용이 많이 드는 점, 타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구체적으로 2011년 개발을 시작한 만성C형 간염치료 백신 ‘VGX-6150’은 국내 임상 1상만 완료한 채로 임상이 중단됐다. 2015년에 연구를 시작한 메르스 예방 백신 ‘GLS-5300’는 국내 임상 1·2a상 종료 후 연구가 중단됐다. 2016년에 개발을 시작한 지카바이러스 예방 백신 'GLS-5700'는 미국 1상 완료 후 연구를 중단했다.

2014년과 2017년 개발을 알린 A형 혈우병 치료제와 HBV 감염예방 백신도 신약후보물질 발굴 단계에서 진전된 연구가 없는 상황이다. 2015년 개발을 시작한 중등열성혈소판감소 증후군 예방 백신 ‘GLS-5140’은 전임상 단계다.

해당 증권신고서에는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어 부족한 연구개발비를 외부에서 차입, 조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적기에 자금을 조달하지 못할 경우, 연구개발 진행이 원활치 않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과 경구용 치료제 임상이 핵심 파이프라인”이라며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신고 제출 요구에 따라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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