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시 신약 개발 시간과 비용 축소 장점···국내 제약사도 AI 플랫폼 활용 흐름
JW중외 주얼리, 탈모약 ‘JW0061’ 등 진행···클로버, STAT 단백질 타깃 혁신신약 후보 발굴
HK이노엔, 2019년 이노썬 구축···pan-KRAS 저해제 계열 표적항암 신약유효물질 도출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바이오업계에서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제약사인 JW중외제약과 HK이노엔도 AI 기반 플랫폼으로 신약후보물질을 물색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통상 제약사나 바이오업체의 신약 개발은 10년에서 15년 가량 소요된다. 또한 수천억원대 비용을 필요로 해 신약 개발을 부담스러워 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다. 이에 AI를 활용,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성공률을 높이는 흐름이 바이오업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비임상시험에 들어가기에 앞서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할 경우 평균 5~6년 소요된다고 가정할 때 AI를 활용하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최적 물질을 제시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는 업계 설명이다.  

관련 시장규모도 확대 추세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세계 AI 신약개발 시장은 매년 45.7% 성장, 오는 2027년에는 40억 350만 달러(약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을 보면 지난해 기준 AI 신약개발기업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6000억원 규모다. 시가 총액을 포함하면 1조 2000억원대로 추산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바이오업체 외에도 소수지만 AI 기반 플랫폼으로 신약후보물질을 물색하는 국내 제약사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경향을 보이는 업체에는 JW중외제약과 HK이노엔이 포함된다. 

우선 JW중외제약은 다른 제약사보다 비교적 일찍 AI 기반 플랫폼에 관심을 갖고 관련 사업을 진행한 업체로 꼽힌다. 지난 2000년대 후반부터 빅데이터에 더해 AI 기반의 자체 데이터 사이언스 플랫폼 ‘주얼리’와 ‘클로버’를 구축해 활동해왔다. 주얼리는 Wnt 신호 활성과 저해를 구별해주는 플랫폼이다. Wnt 신호전달경로는 선충, 초파리부터 포유동물에 이르기까지 종을 초월해 존재하며 세포 증식·분화, 각 기관 발생 및 형태 형성에 필수 역할을 한다.

현재 탈모치료제 ‘JW0061’을 비롯, Wnt 신호 타깃 암, 면역질환, 조직재생 분야 신약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주얼리는 각종 질환 관련 세포주, 동물 모델에서 채취한 조직 유전체 데이터베이스, 2만 7000여 종 화합물라이브러리, Wnt 신호 조절 약물 스크리닝계로 구성됐다”며 “JW0061은 2024년 임상 1상 개시 예정이어서 주목된다”고 말했다. 

클로버는 암 환자에게서 유래한 세포주를 비롯, 다양한 면역질환 모델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이다. 자체 개발한 화학 분자 모델링 개발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지난 2018년과 2019년에는 클로버가 발굴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JW1601’(히스타민 H4 수용체 길항제), 통풍치료제 ‘URC102’(URAT1 저해제)이 덴마크 레오파마와 중국 심시어제약에 각각 기술수출됐다. JW1601은 올해 말 글로벌 임상 2b상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회사에 따르면 현재 클로버를 통해 STAT 단백질을 타깃으로 하는 혁신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집중하는 상태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STAT은 세포 내에서 다양한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는 단백질이며 과발현하면 각종 염증 질환과 자가면역질환,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며 “STAT3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혁신신약 후보물질 ‘JW2286’은 오는 2024년 1분기 임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HK이노엔은 수년간 AI 기반 사업에 집중한 업체다. 실제 지난 2019년 자체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inno-SUN(이노썬)’을 구축한 이노엔은 현재 시스템을 본격 가동 중이다. 이노썬은 신약연구 가속화를 위해 유효물질-선도물질-후보물질 도출 각 단계에서 저분자 구조의 활성, 물성, 독성을 예측하도록 개발된 알고리즘 플랫폼이다. HK이노엔은 최근 이노썬이 도출한 표적항암 신약유효물질을 후보물질로 개발하기 위해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이노엔이 이노썬을 통해 발굴한 물질은 다양한 KRAS유전자 변이를 표적하는 ‘pan-KRAS 저해제’ 계열 항암신약물질이다. 티씨노바이오는 HK이노엔과 함께 유효물질 최적화와 물질 평가를 맡을 예정이다. 두 회사는 오는 2024년까지 후보물질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KRAS유전자 변이는 보통 췌장암과 대장암, 폐암 환자 등에게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KRAS유전자 변이 환자들 90% 이상에게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거나 존재하지 않아 치료제 개발 요구가 적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HK이노엔과 티씨노바이오는 다양한 KRAS 변이에서 효과를 보이는 동시에 기존 승인된 KRAS 저해제 계열 치료제 효과를 높이고 내성 발현을 억제하는 1차 병용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이노썬을 활용해 이노엔은 다수 신규과제를 창출, 후보물질 도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신속하게 항암제, 자가면역억제제 등 선도물질을 도출해 신약 개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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