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테스트 결과 나올 때마다 확신 점점 더 커져”
LLM 등장으로 오피스 하이퍼오토메이션 가능
[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지난 30년간 연구개발만 하던 제가 아주 어릴 때 한번 박사 학위를 따면서 ‘유레카’를 외친 적이 있고, 그 뒤로는 이렇게 시원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거 진짜 되겠다는 게 느낌이 왔어요.”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발표에 나선 황성우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이 다소 흥분한 모습으로 무대 위에 올랐다. 황 사장은 생성형 AI를 통해 오피스 업무를 자동화하는 ‘하이퍼오토메이션(HyperAutomation)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 사장은 12일 열린 ‘리얼 서밋(REAL SUMMIT) 2023’ 미디어세션에서 “하고자 하는 하이퍼오토메이션은 오피스의 자동화”라며 “공장 자동화는 규칙을 기반으로 가능했지만, 사람들의 언어와 생각으로 이뤄지는 오피스에는 이 규칙이 통하지 않아 자동화가 어려웠다”라고 전했다.
◇ “사내 테스트하며 장문의 이메일로 활용 독려”
오피스 자동화를 가능하게 한 분수령으로, 황 사장은 거대언어모델(LLM)의 등장을 지목했다. 사람들의 언어를 잘 이해하고 분석하는 솔루션이 생기면서, 변동성이 심한 오피스 업무에서도 일정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황 사장은 “LLM 알고리즘은 수많은 파라미터로 훈련이 잘돼서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하고, 사람이 지시한 것을 습득해 그 로직을 컴퓨터 언어로 바꿔 명령까지 할 수 있다”라며 “이 모델은 기존에는 할 수 없었던 오피스 업무의 진정한 하이퍼오토메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길을 열어줬다”라고 설명했다.
황 사장은 현재 삼성SDS 임직원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해 업무 지식을 축적하고 그 프로세스를 LLM에 적용하는 사내 테스트(PoC)를 지속해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실 고객 서비스도 해야 하지만, (생성형 AI를 통해) 생산성을 두 배 향상할 수 있다면 당장 우리가 급하다. 전체 임직원들에 10페이지에 달하는 이메일을 보내 강하게 드라이브하고 있다”라며, “(이번 오피스 자동화 솔루션에 대해) 확신이 있었는데, 매일 PoC 결과가 나올 때마다 그 확신이 점점 더 두꺼워지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삼성SDS는 생성형 AI 도입을 위해 자체 개발한 오피스 자동화 솔루션으로, ‘브리티 코파일럿(Brity Copilot)’과 ‘패브릭스(FabriX)’를 소개했다.
브리티 코파일럿은 오피스에서 활용하는 메일, 메신저, 영상회의, 데이터 저장 등 공통 업무 시스템에 생성형 AI를 접목한 솔루션이다. 그간 쓰였던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솔루션이 단순 반복 작업이나 문서처리만 자동화했다면, 언어 모델을 활용해 창작과 기획, 분석, 조사 영역까지 자동화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삼성SDS는 해당 솔루션을 기존 시스템과 연계하고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도 지원하도록 구현했다. 회사에 따르면 브리티 코파일럿을시범 적용한 결과 개발 속도는 30%, 성능 검증 속도는 2배 향상됐으며 자원관리(ERP) 운영에서 업무 문서 작성 시간은 75% 줄었다.
◇ 생성형 AI 시장 겨냥한 솔루션 공개
송해구 삼성SDS 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은 “코파일럿은 말 그대로 공동 조종사를 말한다. (메인 업무를 하는) 사람이 있고, 사람을 도와주는 보조 조정사가 생긴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오픈AI의 챗GPT,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등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LLM과 솔루션을 결합해 기업의 하이퍼오토메이션을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S는 브리티 코파일럿을 공통 업무시스템에 기본으로 지원하고, 이외에 고객·공급망·인사·경영 관리 솔루션 등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송 부사장은 “ERP는 SAP와 협업을 하고 인사관리(HCM)는 워크데이와, 공급망관리(SCM)는 오나인(O9) 등 협업을 강화해서 한국 기업의 하이퍼오토메이션을 지원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패브릭스는 클라우드 시스템에 생성형 AI 결합을 가속화하는 플랫폼이다. 삼성SDS는 이를 통해 회사 구성원들이 기업의 데이터, 지식 자산, 업무 시스템 등 다양한 IT 자원을 한곳에 모아 서로 손쉽게 공유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많은 정보를 직원들이 일일이 찾을 필요 없이 클라우드를 통해 부서별 칸막이를 제거해주는 역할인데, 여기에 LLM을 도입함으로써 훨씬 더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구형준 클라우드서비스사업부장(부사장)은 “당사는 2년 전부터 영업, 관리, 생산 등 각 부서들의 시스템을 연결하는 솔루션 개발을 시작했는데 갑자기 GPT3.5라는 게 뜨면서 우리는 참 운이 좋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LLM이 우리의 사상과 철학을 하나도 바꾸지 않으면서도 생산성을 혁신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 부사장은 “다른 회사들도 LLM을 하고 있지만, 자원관리 부문 전체를 아울러서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플랫폼은 아직 없다”라며 “생산성 혁신을 위해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개발을 시작했으며 생성형 AI 도입을 원하는 기업들에 패브릭스를 통해 다양한 LLM을 간편하게 연결해 하이퍼오토메이션을 가속화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