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한국 게스트 예약거절 사례 늘어···한국만 다른 환불정책 때문
한국 게스트, 체크인 하루 전에 취소해도 숙박비 50% 돌려 받아
[시사저널e=이숙영 기자] # 최근 직장인 A씨는 여름휴가를 맞아 스웨덴, 덴마크로 7박 8일 여행을 계획했다. 북유럽 감성을 느껴보고 싶던 A씨는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찾아 예약했다. 하지만 며칠 뒤 숙소 호스트로부터 예약이 거절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거절 사유는 '한국인'이어서였다.
최근 엔데믹 전환으로 해외 여행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A씨처럼 에어비앤비 숙소 예약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글로벌 공유숙박 플랫폼으로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현지 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어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한다.
에어비앤비는 투숙객인 '게스트'가 숙소 예약을 요청하면 집주인인 '호스트'가 이를 검토해 예약을 확정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호스트들은 게스트의 예약 요청을 대부분 승인한다.
그러나 최근 호스트들이 게스트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예약을 거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여행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인 '유랑'에서는 올해 초부터 '에어비앤비 거절' '파리 에어비앤비 한국인 거절' '에어비앤비 예약이 안 된다는데 무슨 뜻이냐' 등 비슷한 사례를 적은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호스트들이 한국 게스트의 예약을 거절하는 이유는 에어비앤비가 한국에 한해 별도의 환불정책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에어비앤비는 현재 환불정책을 ▲엄격 ▲비교적 엄격 ▲일반 ▲유연 등으로 단계를 나눠 운영 중이다. 호스트는 여러 환불정책 중 하나를 선택해 숙소를 운영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한국 게스트에 한해 '엄격' 환불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 중이다. 일반적인 엄격 환불정책에서 게스트는 전액환불을 위해 '예약 후 48시간 내 예약 취소' '체크인 14일 전까지 취소'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하지만 한국 게스트는 체크인 30일 전까지 예약을 취소하기만 하면 숙박비를 모두 환불 받을 수 있다.
또 한국 게스트는 체크인까지 30일이 남지 않은 시점에 예약을 취소하면 총 숙박비의 50%와 수수료 전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이 또한 일반적인 게스트에게 적용되는 엄격 환불정책과는 다르다. 해외 게스트는 체크인까지 7~14일 남은 시점에 예약을 취소하면 숙박비 반액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그 후 취소할 시에는 환불을 못 받는다.
한국이 이처럼 다른 국가와 다른 환불정책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때문이다. 당시 공정위는 에어비앤비의 엄격 환불정책이 불공정 약관이라고 지적하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에어비앤비는 환불정책을 지금과 같이 바꿨다.
공정위의 의도는 국내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만 최근 해외 여행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며 공정위의 의도와 달리 환불정책으로 에어비앤비 이용에 불편을 겪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에어비앤비가 활성화된 유럽권에서 두드러져, 엔데믹 후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숙소 찾기에 곤욕을 겪고 있다. A씨는 "유럽 느낌을 제대로 내고 싶어 에어비앤비 숙소를 열심히 찾았는데 예약 자체가 안 되니 허무하다"며 "한국인을 거절하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처음부터 호텔만 알아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약거절의 원인을 뚜렷하게 알지 못하는 국내 소비자들이 이를 호스트의 인종차별로 오해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호스트가 예약 거절 시 "국적이 한국이라 취소한다"고 설명할 경우 환불정책의 차이를 모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
해외 호스트 입장에서는 환불정책이 엄격할수록 좋다. 게스트가 예약을 취소할 확률이 줄어 안정적인 에어비앤비 운영이 가능한 데다가, 만약 게스트가 갑작스럽게 예약을 취소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숙박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온라인에서는 예약거절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계정을 통한 예약 방법도 공유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해외 가입루트를 통해 가입하면 (예약이) 된다"며 해외 에어비앤비 사이트 가입을 통한 외국 계정 이용 방법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