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13~14일 부분파업 예고···“사측 제시안 기대 못 미쳐”
이동석 부사장, 첫 파업 위기에 책임 막중···계열사 줄파업 가능성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노동조합과의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하 임단협) 교섭 결렬로 5년 만에 파업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노사 교섭 대표인 이동석 현대차 국내생산 담당 부사장 어깨가 무겁다.
이동석 부사장은 지난 2021년 현대차 임원인사에서 국내 생산 담당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노무 담당으로 나섰다. 현대차는 그동안 윤여철 전 부회장과 울산공장장이었던 하언태 전 사장이 노무 담당으로 노사 교섭을 이끈 바 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노조와의 첫 교섭에서 파업 위기에도 협상을 마무리 지으며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으나, 올해는 노조가 작년보다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이 부사장 리더십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전날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오는 13일과 14일 각각 4시간 부분 파업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11일과 12일 열리는 차기 교섭에서 사측 제시안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노조는 교섭 결렬에 따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조합원 91.76%(투표자 대비)가 찬성하며 역대 최고 찬성률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모바일로 진행했으며, 투표율도 96.92%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노조는 조합원 과반수 찬성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중지 결정에 따라 파업권을 확보했다. 이후 지난 5일 열린 19차 본 교섭에서 회사는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및 성과금 300%+75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기대에 충족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앞서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인상, 전년도 순이익 30%(주식 포함)를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각종 수당 인상과 현실화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 부사장은 노조와의 교섭에서 “노조에서 요구한 임금성을 제시했다. 나머지 안건은 가지치기를 하면서 교섭을 하자”며 “현대차만 성과 잔치를 하는 것에 대한 외부 여론이 부담스럽다”고 대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부분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교섭 결렬로 전면 총파업까지 진행될 경우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선 지난 2018년 현대차 총파업으로 최대 6342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추정한 바 있다. 최근 차량 가격 상승까지 고려하면 올해 총파업에 따른 피해는 이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현대차가 파업에 나설 경우 기아, 현대모비스 등 다른 계열사에도 영향을 끼쳐 줄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아 노조는 올해 임단협 결렬로 이날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조합원 투표에서 가결되고, 중노위에서 교섭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을 얻게 된다.
현대모비스 노조는 지난달 18일 열린 13차 단체교섭을 마치고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쟁의행위 투표에서 투표자 중 95.48%가 찬성해 가결됐으며 현재 파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부사장 책임이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이 부사장은 정의선 회장이 그룹 총수로 나선 후 실시한 임원 세대교체 당시 퇴임한 윤여철 전 부회장 자리를 이어 받았다.
윤 전 부회장의 경우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최측근으로 오랜 기간 노무 담당을 맡아 노사 문제를 담당해 해결사 역할을 해낸 바 있다. 하언태 전 사장과 함께 퇴임 전까지 3년 연속 무파업으로 노조와의 교섭을 이끄는 성과를 냈다.
또한 이전 노조의 경우 온건 성향의 이상수 지부장이 맡아 파업보다는 실리 중심으로 교섭을 이끌면서,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현재 안현호 노조 지부장의 경우 강성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조합원 파업 투표에서도 90% 이상의 찬성률을 얻은 만큼 파업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