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전업카드사 휴면카드 1291만매…휴면카드 비중 평균 16%대
BC카드, 휴면카드 비중 42.61%···카드사 중 가장 높아
매몰비용 부담 및 고객 이탈 등 수익성 악영향 우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카드업계의 휴면카드 수가 올해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중 BC카드는 휴면카드 비중이 40%를 넘어서는 등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수익성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6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휴면카드 수는 1291만1000매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085만5000매) 대비 18.9%(205만6000매) 증가한 규모다.
휴면카드는 발급 이후 1년 이상 사용 실적이 없는 개인·법인 신용카드를 의미한다. 현금 인출, 하이패스 등 신용카드에 부가된 기능을 사용 중이더라도 카드 이용실적이 없는 경우 휴면카드로 분류된다.
8개 카드사의 휴면카드 비중은 평균 15.98%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휴면카드 비중이 10% 내외를 나타냈지만 BC카드는 나홀로 휴면카드 비중이 40%를 넘어서며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BC카드의 올해 2분기 기준 휴면카드 비중은 42.61%로 전분기 39.93%에서 2.68%포인트 상승했다. BC카드는 작년 1분기 휴면카드 비중이 49.58%을 기록하며 절반에 달하는 신용카드가 휴면 상태로 분류된 바 있다. 이후 휴면카드 비중을 꾸준히 줄여가며 작년 말에는 38.50%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올해 들어 비중이 오름세로 돌아서며 다시 40%대에 진입한 것이다.
BC카드의 휴면카드 비중이 유독 높은 이유는 고객사에 결제망을 제공하며 수수료를 받는 카드결제 프로세싱 대행 업무가 주력 사업인 탓이다. 신용카드 라이선스가 없는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고객사의 위탁으로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기능이 섞인 하이브리드형 카드를 발급했고 해당 상품을 중심으로 휴면카드가 늘었다는 게 BC카드 측 설명이다.
BC카드 관계자는 “BC카드의 경우 신용카드 라이선스가 없는 공공기관, 저축은행 등 고객사를 대신해 체크카드에 신용공여(소액후불결제) 기능을 탑재한 하이브리드형 카드를 발급하고 있다”며 “이러한 하이브리드형 카드의 사용빈도가 적어지면서 해당 상품을 중심으로 휴면카드 비중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 입장에서 휴면카드 증가는 골칫거리다. 카드 발급 과정에서 투입한 상품 개발비용, 발급 비용, 마케팅 비용 등이 고스란히 매몰비용으로 소진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고객 이탈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도 수익성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 상품은 기획 단계부터 고객에게 플레이트로 전달되기까지 발급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며 “이렇게 발급된 신용카드가 휴면카드로 전환되면 상품 출시 당시 기대했던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고 결국 매몰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카드사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면카드가 늘어난다는 건 결국 해당 카드를 실질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고객이 늘어난다는 의미라 고객 이탈 우려도 커진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수익성 관리 차원에서 카드사들의 휴면카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매몰비용 부담을 카드사들이 방관할 수 없기 때문에 휴면카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일부 카드사에서 자동차나 휴대폰 등 내구재를 구입할 때 휴면카드와 연동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처럼 휴면상태인 카드를 이용하는 게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휴면카드 활성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