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내성 심각···"2050년, 항생제 내성균 사망자 암 발생 사망자 넘어설 것"
박테리오파지, 항생제 내성 해결책 대두···인트론바이오, 미 육군과 개발 계약
미국, 항생제 개발 촉진법 통한 항생제 등장 활발···국내선 저렴한 약가 등 한계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항생제 내성 문제가 대두되며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 신약 개발이 주목받는다. 박테리오파지 이용한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 중인 인트론바이오는 미 육군과의 계약을 통해 상용화 제품까지 선보이고자 한다.
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인트론바이오가 미 육군 전투능력개발 사령부(US Army DEVCOM)와 요로병원성대장균(UPEC) 대응 박테리오파지 개발을 위한 공식 계약을 맺었다. 계약은 인트론바이오가 UPEC 대응 박테리오파지를 개발하고, 미 육군은 펀딩 개념으로 개발비를 지원하는 형태다.
초기 입증 실험을 거쳐 소규모 임상 진행에서 최종승인 및 제품화까지 단계적 개발이 추진될 계획이다. 인트론바이오 관계자는 “UPEC이라는 세균을 죽일 수 있는 박테리오파지를 발견해 DEVCOM에 건넨 상태”라며 “현재 다음 단계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2단계 정도로, 개발이 계속된다면 상용화해 제품까지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요로감염증은 장기 항생제 투여를 통한 치료가 필수인 질환이다. 지속적인 항생제 투여가 쉽지 않은 환경에서는 재발 및 만성화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특히 야외 활동과 훈련이 많은 군인의 요도를 통한 감염 문제가 대두돼왔다.
이에 파병 및 훈련 배치 등 혹독한 환경에 노출된 병사들의 요로감염증(UTI) 발생 위험 해결에 나선 것으로, 특히 미 육군 차원에서 내성이 생기는 세균 감염 문제와 관련해, 내성 문제 극복 방안으로 박테리오파지에 주목했다는 설명이다.
인트론바이오 측은 미 육군은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 세균 컨트롤 해결방안을 찾고 있으며, 박테리오파지가 일반 항생제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만큼 적합한 요로감염증 대응제제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특히 인트론바이오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확보되는 유효 박테리오파지를 기반으로, 향후 임상 및 제품 개발을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로 확장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기회를 미국 방산시장 진출을 모색하기 위한 상용화 기회로 삼는다는 목표다. 인트론바이오 관계자는 “후보 물질 중 BAL200은 탄저균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각국 국방부에서는 탄저균 관련 관심이 많기에, 해당 후보물질로 군 관련 기관이나 방산 등에 연결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라고 설명했다.
인트로바이오를 비롯,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한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은 이어지고 있다.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는 세균을 숙주로 하는 바이러스다. 인간에게 각종 감염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를 죽이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박테리아의 천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특정 세균만 특이적으로 감염하고, 항생제 내성 세균 제거가 가능하다.
특히 박테리오파지는 합성 항생제 내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대처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항생제는 병원성 세균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죽이는 기전이다. 하지만 최근 항생제 오남용에 따른 항생제 내성균 발생이 문제로 떠올랐다.
끊임없는 내성균의 증가로 감염병의 치료 효율이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항생제에도 제어되지 않는 ‘슈퍼박테리아’ 등이 등장하면서다. 2050년에는 항생제 내성균으로 인한 사망자가 모든 암 발생 사망자보다 더 많은 연간 대략 1000만 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다.
이에 전세계는 기존 합성 항생제의 내성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UN과 WHO 등은 항생제 내성균 발생의 심각성에 대해 새로운 항생제 개발을 포함한 범세계적, 각국 대응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미국은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부터 항생제를 개발하면 신속 허가와 시장독점권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항생제 개발 촉진법(GAIN Act)'을 시행하고 있다.
차세대 항생제 개발 요구 등과 함께 박테리오파지 개발도 주목받았다. 미국에서는 항생제 개발 촉진법에 따라 새로운 종류의 항생제가 등장했다. 국내에서도 인트론바이오,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마이크로바이오틱스, 옵티팜 등이 박테리오파지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내 저렴한 약가 문제가 박테리오파지 등 새로운 항생제 연구의 걸림돌로 지적되기도 한다, 시중에 이미 많은 제품이 등장해있다는 점과, 저렴한 약가 때문에 항생제 내성균 문제의 심각성이 국내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항생제 내성균 문제는 전세계적 이슈이며, 의학계에서는 심각하게 보고 있다”라며 “다만 항생제가 보편화되어있으며 약가가 저렴한 편이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이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항생제 내성균 문제는 점점 심각해질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